언론보도

  • 소식
  • 언론보도

"그는 서민 삶을 '따뜻한 필치'로 풀었던 화가였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부산민예총 조회1,968회 작성일 21-06-16 13:15

본문

“그는 서민 삶을 ‘따뜻한 필치’로 풀었던 화가였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 2021-06-15 17:01:24

박병제 '귀가'. 부산일보DB

 

 박병제 '귀가'. 부산일보DB

?

‘고 박병제 화백 기념 필요성’ 포럼

?

산동네·산복도로·자갈치시장…

부산의 장소성에 생명력 부여

“작품 600여 점 미적 검토 거쳐

숨겨진 시대 이야기 읽어내야”

?

산동네의 휘어지는 골목길과 슬레이트 지붕, 자갈치 아지매, 아내가 일하러 가고 난 뒤의 밥상, 골격만 남은 듯한 자화상.

체험적 삶의 풍경을 그린 화가 고 박병제 화백을 기념하기 위한 논의가 부산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고 박병제 화백 기념의 필요성과 의의’ 포럼은 지난 11일 부산 중구 영주동 인문학당 달리에서 열렸다. 이 포럼은 부산민예총이 주최하는 금정산생명문화축전 중 ‘살림의 터전, 생명의 울림’전의 부대행사로 진행됐다. 포럼에는 이성희 시인·미학자, 신용철 민주공원 학예실장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박병제(1954~2009) 화백은 산동네, 산복도로, 자갈치 시장 등을 배경으로 서민들의 일상을 그려냈다. 박 화백은 유년기부터 청춘시절을 부산 서구 초장동 산복도로에서 보냈다. 박 화백의 어머니는 자갈치 시장을 오가며 생선을 파셨다. 그림 속 풍경은 그에게 일상이었고, 그는 자신이 겪은 곤궁한 삶을 따뜻한 필치로 그려냈다. 이런 박 화백의 그림에 대해 고 이동석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는 ‘따뜻한 비관주의’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병제의 예술혼에 슬쩍 데어 봤던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 이성희 시인은 “박병제의 그림은 자갈치와 산동네의 삶에 따뜻한 연민과 충만한 생명력과 비애를 이겨내는 해학과 익살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한 개인의 치열한 예술정신과 지역의 독특한 문화사가 만나 이룬 예술적 성과의 훌륭한 사례”라고 밝혔다.

신용철 학예실장은 “박병제는 민중미술 계열과 형상미술 계열 양쪽에서 겹쳐 다루어지는 작가”라며 “박병제의 예술세계, 예술혼, 상징성을 기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미적 거점을 검토하는 작업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 박병제 화백 기념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한 포럼이 지난 11일 부산 중구 영주동 인문학당 달리에서 열렸다. 금정산문화축전 제공

발표에 이은 토론 자리에서 최학림 <부산일보> 선임기자는 2001년 민주공원 초대전 당시 박 화백이 ‘그림이 뭐가 중요해, 삶이 중요하지’라고 말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최 선임기자는 “부산의 산복도로 자체가 박병제라는 인간의 밑에 농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의 그림은 변화 이전 산복도로에서의 삶의 기록으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박병제 '자화상' 부산일보DB

박병제 '자화상' 부산일보DB

“박병제의 풍경 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풍경 속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녹아있다.” 박 화백과 절친했던 이광호 전 민주공원 관장은 박 화백의 그림이 가진 ‘이야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 전 관장은 “박병제 작품은 약 600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2010년 회고전 때 발간한 화집을 통해 150여 점이 공개됐다”며 남은 450점을 되짚어서 자료화하고, 그 속에 숨겨진 시대적 이야기를 읽어내는 작업을 시도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포럼을 진행한 박경효 작가는 “향후 박병제 선배님의 그림 읽기를 통해 그림 속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작업을 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병제 ‘눈길’ 부산일보DB

박 화백 기념 움직임에 대해 옥영식 미술평론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박 화백의 그림을 ‘고백적 자화상’이라고 표현했다. 삶에 대한 관념이 진정 어린 체험을 기반으로 해 부산이라는 장소성을 드러낸다고 했다. “비판적 리얼리즘이 아닌 인간적인 시선과 서정을 다루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삶은 남루해도 가슴은 따뜻한, 박병제 옆에 설 작가가 드물어요.”

?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

?

[출처: 부산일보] http://mobile.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6151607558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