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에 갇힌 소규모 라이브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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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산민예총 조회13회 작성일 26-09-05 10:33본문
법의 사각지대에 갇힌 소규모 라이브클럽
춤췄다고 문 닫은 공연장
부산 경성대·부경대 인근 골목 안쪽, 뽑기방과 꽃집 사이로 들어가다 보면, 자세히 살펴봐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2018년 문을 연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다. 세이수미, 보수동쿨러 등 부산을 대표하는 인디 밴드들이 실력을 다졌고, 침체기를 겪던 지역 인디 씬을 다시 일으켜 세운 '베이스캠프'로 불려온 곳이다.
그런 오방가르드가 지난달 26일 이후로 두 달간 문을 닫았다. 이유는 황당하다. 공연을 보던 관객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는 것, 그것이 전부다.
관객이 일어서기만 해도 위법이 되는 구조
오방가르드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가 돼 있다. 소규모 인디클럽 대부분이 그렇다. 식품위생법은 과거 인디 음악계의 제도 개선 운동 이후 1999년 일반음식점에서의 라이브 공연은 허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손님이 춤추는 행위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민원이 들어와 현장 점검을 나온 부산 남구청은 관객들이 서서 공연을 관람한 모습을 '춤'으로 판단했고, 1차 위반 기준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 규정에 따르면 2차 위반 시 3개월, 3차 위반 시에는 아예 영업 허가가 취소된다.
이승철 오방가르드 대표는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면서도, 하루빨리 적법한 방식으로 공연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법을 어겼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그 법이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다. 논란이 커지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나서서 "춤은 음악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법 규정을 고치든 새로운 공연장 개념을 만들든 답을 찾겠다고 했다.
이 정도로 사회적 관심을 받았으니 이번 사안은 아마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오방가르드가 아닌 이름 없는 소규모 공연장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면, 그때도 세간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답은 정해져 있다.
업종 분류부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규모 라이브클럽을 현행법 체계가 적절하게 규정짓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손님의 춤을 허용하려면 '유흥주점'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는 접객원을 두고 주류를 판매하는 업소를 전제로 한 업종이다. 30~50석 규모로 밴드 공연을 여는 인디클럽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고 공연법상의 '공연장'으로 등록하자니, 이는 대형 극장이나 공연시설을 염두에 둔 시설 기준과 인허가 절차를 요구해 영세한 클럽이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대부분의 인디클럽은 '라이브 공연은 되지만 춤은 안 되는' 일반음식점이라는, 태생부터 어정쩡한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 어정쩡함은 단속의 자의성으로 이어진다. 공연 중 관객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과 법이 규정하는 '춤'의 경계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긋는가. 이번 사안에서도 처분의 근거는 민원 접수 후 현장 단속이었다. 즉 누군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문제 삼지 않았을 행위가, 신고 한 번으로 두 달간의 생계 단절로 이어진 것이다. 예측 가능성이 없는 규제는 그 자체로 결함이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제도 개선의 방향은 이미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첫째,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라이브클럽을 위한 별도의 업종 분류나 특례 조항을 신설해, 일반음식점과 유흥주점 사이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좌석 규모나 매출 대비 주류 판매 비중 등 합리적 기준을 두어 유흥업소와는 명확히 구분하되, 관객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서의 춤은 허용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처분의 형평성과 절차도 손봐야 한다. 위반 즉시 영업정지라는 일률적 제재보다, 시정 권고나 개선 기간을 먼저 부여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생계와 지역 문화 인프라가 걸린 사안을 민원 한 건으로 두 달간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은 처분과 위반 사이의 비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셋째, 지자체와 문체부의 협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식품위생법은 지자체 소관, 문화예술 진흥은 문체부 소관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정작 인디 공연장처럼 두 영역에 걸친 업종은 누구도 책임지고 챙기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다. 소규모 공연장을 문화 인프라로 볼 것인지, 단순 식품접객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부처 간 공통된 인식과 실무 지침 마련이 우선이다.
다음 오방가르드를 위해
오방가르드는 이번 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역설적으로 '보호받을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은 매번 재현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름 없는 인디클럽들이 같은 규정 아래 놓여 있다. 이번 논란이 일회성 해프닝이나 특정 업소에 대한 온정적 예외 처리로 끝난다면, 제도의 허점은 그대로 남는다.
법은 현실보다 한 걸음 늦게 따라가기 마련이지만, 그 격차를 좁히는 것이 결국 정책의 몫이다. 관객이 춤을 췄다는 이유로 공연장이 문을 닫는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논의가 특정 업소 하나를 구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규모 공연 생태계 전체를 위한 제도 정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