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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과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1_손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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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6-13 17:48 조회1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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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8.06.13 칼럼

밈과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

손재서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일곱 명에게 이 편지를 다시 보내세요. 이 행운의 편지는 한 미국 대통령에게서 시작됐으며 받은 후 24시간 이내에 보내야 합니다. 편지를 보낸 후 9일 안에 당신에게 행운이 깃들 것입니다. 샌퍼드 부인은 3,000달러를 벌었습니다. 안드레스 부인은 1,000달러를 벌었습니다. 편지를 보내지 않은 하워드 부인은 가진 것을 모두 잃었습니다. 행운의 고리는 여기서 했던 말들에 대해 분명히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행운의 고리를 끊지 마세요.”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학창시절 대문 옆 우체통에 꽂혀있던 행운의 편지를 기억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내용(표현형)으로 기억할 것이다. 일곱 명에게 전달하라 혹은 아홉 명에게 전달하라, 3일 이내에, 7일 이내에 전달하라는 등 편지의 내용은 조금씩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행운의 편지가 전달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에 행운이라고 대답한다면 아직도 순수한 면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 할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행운의 편지는 편지를 받은 사람들을 숙주로 이용하기 위해 행운이라는 당의정으로 포장되어 나를 복제하고 널리 퍼뜨려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DNA)를 가진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도 위험한 놈들은 감염된 숙주세포를 공격하여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런 종들은 숙주가 죽으면 함께 소멸되므로 바이러스의 관점에서는 미숙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숙주가 죽으면 더 이상 자신을 복제하여 자손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DNA(종에 따라서 RNA)를 복제하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진 존재다.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의 복제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문화의 전달과정에 적용하여 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도킨스에 따르면 이란 모방 같은 비유전적 방법을 통해 전달된다고 여겨지는 문화의 요소를 말한다. 밈은 몸체 없는 복제자라 할 수 있겠다. 밈은 모방이라고 볼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두뇌에서 두뇌로 건너뛰면서 밈풀 속에서 자신을 번식시킨다. 밈은 숙주의 두뇌 사용시간이나 대역폭 같은 한정된 자원을 놓고 서로 경쟁한다. 무엇보다 주의를 끌기 위해 경쟁한다.

그러나 밈은 기본 입자가 아니라 유기체로 여겨져야 한다. 단일 뉴클레오타이드가 유전자가 될 수 없듯이 숫자 3이나 파란색 혹은 어떤 단순한 생각은 밈이 아니다. 밈은 복잡하고 독특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단위이다. 앞에서 언급한 행운의 편지는 밈의 좋은 예이다.

또한 물건은 밈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훌라후프는 밈이 아니다. 훌라후프는 비트가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1958년 훌라후프가 광적으로 유행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을 때 이 장난감은 하나의 제품이었고, 하나의 밈 혹은 밈들이 물질적으로 구현된 것이었다. 밈은 훌라후프에 대한 갈망이었고, 돌리고 흔들고 휘두르는 훌라후프 기술의 집합이다. 훌라후프 자체는 밈의 이동수단이다. 같은 맥락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는 사람도 대단히 효과적인 밈의 이동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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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제 5번 운명교향곡>

 

운율과 리듬은 밈의 생존에 유리한 속성이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우연히 접한 멜로디를 종일토록 흥얼거려본 사람은 밈에 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밈에 감염되어본 기억을 가졌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 5번 운명의 첫 소절은 몇 세기에 걸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성공적인 밈이다. “빠바바 밤빠바바 밤이 짧은 소리묶음은 듣는 사람의 뇌 사용시간과 뇌파의 대역폭을 차지해버리고, 평생에 걸쳐 특정한 기억과 함께 떠오르며, 공기의 파동(연주 혹은 흥얼거림)을 통해 전파되어 주위를 감염시켜 버린다. 유전학적으로 말하면 자신을 복제하고 번성하는데 훌륭히 성공한 밈이다.

밈은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복제하는 것 외에는 어떤 메시지도 갖지 않는다. 그저 복제에 능한 복제자만이 번성을 누린다. 이런 면에서는 걸그룹이나 헐리우드 영화의 훅(Hook. 갈고리.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이나 관객을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구조를 일컫는다)전략은 그것이 가지는 자본의 논리에 잠식되지 않는 한에서 밈의 원리를 충실히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전통탈춤은 여러 밈들(, , 복식, 음악, 재담, 기예 등)이 혼합되어 거대한 밈플렉스(밈들의 집합)를 이루어 전승되고 있는 예술복합체이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 몇 백 년에 걸쳐 훌륭히 전승(복제)되고 있는 무형문화재이다. 형태가 없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복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밈의 관점으로 생각해 보기 좋은 고민거리이다.

우리의 무형문화재 전수제도는 밈의 관점에 보았을 때 계속해서 복제되고 번성하는데 유리한 제도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 볼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전수제도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세대에 걸친 종적인 전파(복제)만을 염두에 둔 제도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밈은 세대에 따라 종적으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전염병 바이러스처럼 횡적으로 이동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횡적 전파에 대한 고려 없이 종적전파만을 고려할 때 문화는 박제화 될 수도 있다.

 

- 전통탈춤의 현대적 계승에 관하여 밈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는 다음 회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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