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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의 과욕에 침을 뱉는다_이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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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2,629회 작성일 18-06-0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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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8.06.08 칼럼

FIFA의 과욕에 침을 뱉는다

이인우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리 응원은 각종 국제 스포츠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지역별로 대형 스크린으로 관람하며 함께 응원을 하는 문화를 만들어갔다. 그 공간은 광장이 되기도 했고, 체육관이나 극장이 되기도 했고, 작은 식당이나 술집이 되기도 했다.

그냥 그러한 것이 하나의 문화려니, 했는데 이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제 발표를 보니 그 문화마저도 완전히 우리의 것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FIFA2018 러시아 월드컵에 대해 공공장소전시권(Public Viewing - 이하 PV)을 엄격히 규제하여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내용의 핵심은 불특정 다수에게 월드컵 중계 화면을 TV 화면 등으로 송출할 경우,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관공서나 비영리단체가 500명 이하 무료 모객 행사일 경우 비상업성 PV권으로 간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경우 영상 전송에 대한 기본적 의무 사항을 지켜야 한다.(단순 재전송, 스폰서 기업 이미지 현장 노출 등)

극장이나 공연장의 경우는 유료입장권 매출의 50%를 비용으로 지불하여야 하고, 프랜차이즈 체인점의 경우 스크린 크기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100인치 이하 실내스크린은 1대당 110만원, 전 경기 200만원, 100인치 이상은 1대당 120만원, 전 경기 300만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상업적 목적의 행사 주최자가 식당, 학교운동장, 실내체육관, 한강둔치, 도로 등에서 방송을 송출하려면 300명 이하 경기당 150만원, 1,000~ 3,000명 규모일 경우 경기당 1,500만원, 20,000명 이상 규모일 경우 경기당 15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심지어 한국이 16강 진출 시에는 금액을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PV권은 저작권법에 의해 그 권한을 부여받는다. FIFA가 월드컵 주최자로서 PV권을 주장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FIFA는 방송국으로부터 중계권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올해 MBC가 러시아 월드컵 중계권료로 FIFA에 지불하는 돈이 487억 원이다. 그만큼의 중계권료를 받고도 FIFAPV권을 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계권료를 지불한 한국의 방송사가 방송을 송출하는데, 그 내용이 FIFA 주관 행사이니, 그 방송을 틀어서 보는 사람들에게 다시 돈을 내라고 하는 식이다.

KBS 방송은 국민들이 시청료를 내기 때문에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방송을 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MBCSBS 등은 그렇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런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비용 부분으로 말하자면, 시청자들은 이미 모든 방송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광고의 소비자로서 이미 자신들이 구매하는 상품에서 광고비를 지불하고 있다. 광고의 첫째 원칙은 유료 커뮤니케이션이다. 광고비는 모두 상품 내에 포함되어 있고, 시청자들이 - 상품 구매자로서 -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MBC, SBS든 무료로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청자들이 그 방송국이 운영될 수 있는 광고비를 지불하고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파의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전파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전파는 누군가가 독점하여 소유할 수 없는 것이고, 전파는 누군가의 사욕에 의해 전달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전파를 가지고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자들의 모습이 너무 괘씸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 있는 TV를 보기 위해, 시청료, 광고비, 각종 통신료 등을 내고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월드컵 때 FIFA의 요구 때문에 그 전파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용납이 되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집에 모여서 방송을 보는데도, 많이 모여서 보면 더 비용을 지불하라고나 하지 않을까, 하는 비참한 생각마저 든다.

FIFA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FIFA의 과욕에 침을 뱉는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혼자서라도 보이콧이다.

 

 

 

- 사진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