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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맘은 어떻게 태어나는가?_박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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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5-05 10:43 조회1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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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05.05 칼럼

극성맘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박윤유

 

 

새해 첫날, 뉴스에서 꼭 빠지지 않는 소식이 있다. 그해 태어난 첫 아기를 축하해주는 일이다. 또한 기자는 방송국 가까운 곳의 어느 여성병원이나 산부인과를 찾아 세상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일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나라의 인구감소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얘기를 덧붙인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가구당 자녀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해 태어난 아이들의 수는 40만 명 정도이고, 30세 이상 기혼 여성의 자녀수는 약 1.4명이다. 뉴스에서는 연간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나는 크게 실감나지 않는다.

 

얼마 전이었다. 스물넷 대학 졸업 이후, 사회에서 만난 첫 친구를 봤다. 우리는 오랜 시간 제법 군기 잡힌 곳에서 함께 웃고 울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 물론 그 아이들이라는 영역 안에는 부모나 조부모까지 포함돼 있었기에 여간 스트레스가 많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오륙년 동안 우리는 저러지 말자는 둥, 나도 저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둥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곤 그녀는 먼저 결혼 소식을 남긴 채 그곳을 떠났다. 나는 일이년 더 남아 직장 생활을 이어갔고, 조금 다른 이유로 나 역시 그곳을 벗어났다.

 

문센 때문에 가봐야 해.”

오랜만에 만나 유쾌한 시간을 보내던 친구는 주렁주렁 매달고 나온 아기용품을 챙기며 말했다. ‘문센?’ 독일식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그것이 무얼까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맥락 속에서 문화센터를 지칭하는 거라는 걸 깨닫고 가서 무얼 하느냐 묻기까진 꽤 오래 걸렸다. 그런데, ‘그놈의 문센, 별거 아니잖아?’라는 생각부터 드는 게 아닌가. ‘우리 엄마가 나 어릴 때 놀아준 거랑 비슷한데물건을 사러가도 아이에 대해서 지나치게 극성스러워진 그녀 혹은 그녀들을 보면서 나는 몰래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보다 좀 큰 아이(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듯하다)를 키우는 동네 언니는 담임선생이 자신의 아이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우는 그녀를 위로해주기 위해 깊은 공감을 해주었으나, 나는 기진한 채로 진땀을 흘렸다. 그 모습은 우리가 그리도 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해왔던 엄마들의 모습과 지독히 닮아있었다. 함께 과잉양육이니 헬리콥터맘이니 혀를 차던 그녀들의 변한 모습에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내 또래의 삼십대가 된 지인들의 메신저 프로필은 온통 아기들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학창시절 미모를 뽐내며 저의 가장 예쁜 사진을 올리기에 바빴던 녀석들이 저렇게 아기 사진만 올리는 게 나로서는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그리고는 이내 두려워졌다. 설마, 나도

 

아직 아기가 없어서인지, 눈썰미가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내 눈에 비친 아기들은 다 똑같이 생긴 것만 같다. 사실 그런 아기들의 모습은 외모뿐 아니라 행동도 거의 같다. 그 속에서 어떻게 개별성을 발견하는 것일까? 인지발달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아동이 하나의 지식을 습득하면 이 지식을 통해 새롭고 고차원적이며 복잡한 지식을 만들어내게 된다고 하였으며, 심리학자인 알버트 반두라 역시 아이들은 타인을 관찰하여 얻는 정보로 자신의 행동방식을 습득해나간다고 했다. 두 학자의 얘기를 보면 처음 아이에게 지식과 행동 같은 자극을 주는 주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회문화에서는 타문화권보다 어머니의 역할에 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양육의 책무 전체를 어머니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큰 편이다. 그것이 오늘날 극성맘을 낳게 한 것일까.

 

여러 국가들에서 자녀수의 감소에 여성 또는 부부가 함께 그 문제를 고민하고 선택한 것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 1960년대 국가가 장려한 가족계획이 산업화시기와 맞물려 그저 적은수의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됐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의 주체가 전적으로 여성이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정책과 풍조 또한 출산과 멀어지게 했다. 거기에 대중교육의 발전과 더불어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게 된 소득대비 교육비 부담까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본질적인 이유일까. 우리의 출산율 저하는 외환위기 이후에 급격히 진행되었다. 사회적 압력을 내면화하면서 경쟁 구도를 몸으로 경험한 부모 세대들은 자녀수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양육과 교육에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즈음의 30대 여성들은 이전 세대가 도달하지 못한 고학력과 직업에 대한 높은 헌신을 바탕으로 활발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획득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사부담이 전통적 형태를 유지하는 상황은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이 자녀가 주는 기쁨을 상회하고 있는 형편이다. 적은 수의 아이를 낳아 질적으로 우수하게 키우고자하는 이들의 욕망이 형성되는 과정은 매우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여러 연구 혹은 조사들에서 부모의 과잉 기대나 과잉 간섭과 같은 과잉양육은 자녀의 또래관계 형성, 애착관계 형성 혹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이미 정해진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기름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불이익이 없어야 하고, 출산과 육아를 공적인 영역으로 수용해야 하며,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러 모범답안들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는 오늘날의 젊은 부부들을 비난하고 이기적이라고 여기며, 뉴스 따위에서 강제적으로 저출산에 대해 떠드는 것보다 그들에게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까다롭고 별나게 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준 이후,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벌써 아이가 돌이라고 축하해달라는 말과 함께 예쁜 아기의 사진을 잔뜩 보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여전히 아이사진을 많이 보내는 그녀의 행동들이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어본다. 아직 내가 걷지 못한 엄마의 길을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는 그녀를 자랑스러워하기로

- 86년생, 무직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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