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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뭐 할래?_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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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12-07 11:02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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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12.07

커서 뭐 할래?

김준영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 ‘커서 뭐할래?’ 이 말은 장래희망이라는 말로 바꾸어 사용하기도 하고 간단하게 이라는 단어로 불리기도 한다나의 은 곤충학자였다마침 책장에 파브르 곤충기가 꽂혀 있었고 아직 인터넷과 컴퓨터가 없던 시기라 친구들과 방과후에 할 만한 소일꺼리가 동네를 쏘다니며 계절별로 곤충과 파충류를 잡으러 다니는 것이 유일한 재미였기 때문하지만 우습게도 이 꿈은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숙제에서 포기하고 말았다방학숙제인 곤충표본 만들기는 내가 귀하게 잡은 보물들을 잔인하게 죽여 박제로 만드는 것이었고차마 그럴 수 없던 나는 낮에 잡은 메뚜기와 매미들을 채집통에서 다 풀어주었다그리고 곤충을 채집해서 표본을 만드는 곤충학자의 꿈은 그날부로 과감하게 포기했다.

 

5년 전처음으로 청소년지도사로서 근무하던 시절이다방과후아카데미 6학년 청소년들의 졸업을 앞두고 자그마한 선물을 하고 싶었던 나는 24명의 아이들의 장래희망을 가지고 개별인터뷰를 받아 동영상을 만들었다일일이 모두의 장래희망’, ‘에 대해 인터뷰를 받다보니 정말 다양한 직업들이 거론되었다확실히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공무원대기업사원연예인의 비율이 무척 높았다는 점이다더욱 재미있는 부분은 공무원이나 대기업사원이 꿈인 친구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가 그거 하래요라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던 것으로 생각난다.

 

1980년대 즉지금의 30~40대가 초등학생 아니 국민학생일 때 장래희망 베스트를 꼽으면 과학자의사교수가 나란히 순위권을 차지했고간혹 대통령을 외치는 친구들도 있었다그러다가 90년대 IMF외환위기 이후 압도적으로 공무원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2012년 조사에 따르면 1위 공무원, 2위 연예인, 3위 운동선수로 바뀌었다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1위 문화체육인(연예인운동선수), 2위 교수 혹은 교사, 3위가 의외로 요리사였다고 한다그중 한 3학년 초등학생의 대답이 가관이었는데 건물주였다.

 

시대마다 혹은 사람마다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청소년들이 현실과 타협해 안정적인 직업혹은 텔레비전에서 보는 화려함에만 도취되어 속사정은 모르는 아이돌과 운동선수 등의 직업을 너무 많이 꿈꾸는 세상이 되어버렸다금수저와 흙수저의 비유에서부터 재력이 곧 학력이고 스펙이 되어버린다는 등의 뉴스는 어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분명한 영향을 미쳐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에 대한 선택의 폭을 확실하게 줄여버렸고소위 ‘N포세대라며 패배주의에 찌들어버린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의 꿈과 장래희망을 조금씩 잠식해나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든다.

 

대한민국은 누구나 알다시피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고세계경제 10위 안에 들어가는 경제대국이 되었다그리고 문맹률이 1%밖에 안 될 정도로 기본적인 교육열이 우수한 국가이다하지만 그 화려한 동전의 이면은 다르다. 2013년 OECD 선진국 22개국을 대상으로 한 실질문맹률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처참하게 22위를 기록했다한글의 우수성으로 가독성은 뛰어나지만 지문을 이해하는 능력은 절대적으로 낮게 나온 것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달 동안 1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점에서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다시 말해책을 사거나 읽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가고 있으며 기초과학인문학에 대한 도서의 수요는 더욱 씨가 말라가고 있다그런 와중에 예전 80~90년대의 청소년처럼 기초학문에 매진하는 직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리고 그것을 대한민국의 대학들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단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인기 있는 학과를 늘리고 기초학문의 배우는 학과는 폐지하고 있는 실정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대학은 연구와 공부를 하는 곳이지 취업사관학교는 아니지 않는가?

 

매년 노벨상 발표시기가 되면 괜히 인터넷을 더 많이 뒤지게 되고 수상자가 어떤 업적으로 수상을 하게 되었는지 찾아보게 된다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노벨상은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평화의 6개 분야에서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고 물론 그 중에서도 평화상이 노벨상의 유지와 가장 가까운 명예로운 상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누가 말하길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을 가르치고 육성하는 것이다지금의 우리나라는 100년이 아닌 10년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청소년들의 꿈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비슷하게 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이 땅의 청소년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제도적인 안전망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뒷받침되어야 우리는 다음세대의 노벨 물리학상문학상 수상자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34, 6년차 청소년지도사, 양산시청소년문화의집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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