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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파농, 탈식민주의를 넘어 세계를 품은 사상가1_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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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10-12 16:24 조회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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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10.12 서평

프란츠 파농, 탈식민주의를 넘어 세계를 품은 사상가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서평

- 프란츠 파농 / 이석호 옮김

- 인간사랑(2013)

김민지

 

 

프란츠 파농은 짧은 생애 동안 인종차별과 흑인 문제에 온 몸을 바쳤던 투사였다. 카리브 해에 위치한 프랑스의 식민지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난 파농은 자신의 고향과 프랑스, 알제리 등을 오고가며 탈식민주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비록 백혈병으로 일찍 사망했지만, 그의 사상과 삶은 해방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핍박받는 이들에게 새겨져있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파농이 27살에 집필한 책이다. 텍스트 곳곳에서 젊은 파농의 철학과 고민이 묻어난다. 독자는 그 무거운 고뇌를 따라 가다보면 모든 인류의 자유를 꿈꾸었던 한 투사의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파농이 1장에서 건드리는 주제는 언어이다. 그는 식민지 흑인들이 언어능력에 따라 평가받고 분류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예컨대, 마르티니크 흑인들은 피진어가 아닌 완벽한 프랑스어를 사용할 때에 비로소 인간으로 대우받는다. 여기서 인간은 곧 백인이다. 이들에게 언어는 흑인성과 백인성을 나누는 기준이며, 백인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백인성을 획득했다는 징표가 된다. 동시에 피진어를 사용하는 흑인, 혹은 흑인 특유의 억양을 구사하는 흑인은 멸시의 대상이 된다. 백인은 흑인들과 대화할 때 의도적으로 피진어를 사용하며 조롱을 표현하기도 한다. 언어나 대화가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식민성을 재생산하는 기제인 것이다.

 

언어는 흑인들 간의 위계와 구별 짓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세네갈 인이 앤틸리스 인처럼 보이기 위해 피진어를 배운다. 앤틸리스 인은 그런 세네갈 인을 조롱한다. 파농은 전자를 소외로 명하고, 후자를 판단의 부재라고 명한다. 맑스적 소외와는 다른, 관념과 인정투쟁에 근거한 소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파농의 분석은 확장성을 얻는다. 그는 단순히 흑백간의 차별과 갈등을 넘어서 흑인 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징투쟁을 날카롭게 직시하고 있다. 앤틸리스 인은 백인이 되고 싶어 하는 동시에, 세네갈 인으로 보이는 걸 경계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네갈 인들 보다 더 백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검은 피부를 가졌지만 하얀 가면을 쓴 흑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리고 이 분석은 비단 흑인뿐만 아니라, 모든 유색인에게 해당될 것이다.

 

이어지는 2장과 3장에서 파농은 인종과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건드린다. 유색인 여성과 백인 남성의 관계, 그리고 유색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관계를 통해 유색인의 백인되기현실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유색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백인의 사랑을 갈구한다. 백인과 성적 관계 구축할 때 비로소 백인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색인 여성은 어떻게든 백인 남성의 세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쉽사리 백인 여성을 얻을 수 없는 유색인 남성은 프랑스의 사창가를 전전한다. 파농은 이 기형적인 상태가 열등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흑인들이 하얀색에게 느끼는 열등감,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백인의 섹슈얼리티를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인의 파트너가 된다고 백인의 지위를 얻는 것은 아니다. 흑인은 늘 백인이 되기를 원하지만, 정작 백인들에게 백인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이것은 또 다른 비극이다. 흑인은 영원히 열등감으로 가득 찬 주변의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백인은 이런 흑인을 타자화하면서 자신들의 지배를 견고하게 유지한다. 파농은 흑인의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싶어 한다. 열등감과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약의 힘이 흑인에게도 있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파농이 제시한 텍스트 속 흑인 여성들의 사고방식과 그들을 거세게 비판하는 파농의 문장은 절박하고, 아프다.

 

 

- <프란츠 파농, 탈식민주의를 넘어 세계를 품은 사상가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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