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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다문(文)09] 만세만세만만세_박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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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2-03 11:19 조회2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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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다문(文)09]

만세만세만만세

박창용

 

 

인간이 문명을 이루는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확보한 것 중 하나가 각 개체를 순조롭게 생존시키기 위한 (주로 음식을 통하여 섭취하는)대량의 열량일 것이다. 그러나 열량이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면서 우리는 여분의 에너지를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중대한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넘치는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로 개인 또는 공동체의 삶이 좌우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구구절절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면 내 삶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내 식욕에 부응하여 내 몸은 끊임없이 뭔갈 먹어대는데 대책없이 발산되는 열량을 달리 사용할 만한 대상이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본업에 부업에 취미에 운동에 신앙으로 삶을 빈틈없이 채워나가는 사람 - 항상 충분히 공급되는 열량을 모조리 소모한 끝이 수액까지 맞아가며 일들을 해내는 사람을 보자면 내 넘치는 열량을 일정 부분 주입해드리고 싶어진다. 열과 성을 다하여 중력에 순응한 채 몸을 바닥에 최대한 가깝게 밀착하는 쪽으로 신중하게 짠 전략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나의 넘치는 열량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고뇌하다가 끝내 아무 것도 하지 않고야 마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동시에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수작을 부리는 것이다.

 

그러나 허무맹랑한 방식이므로 불가능한 도움일지언정, 이 또한 게으른 나에겐 중대한 결정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선을 다해 결정을 회피하고 보류한다!

 

그리하여 작금의 상황을 달리 말하자면 삶에 믿음과 몰입이 드물어서 큰일이다1 사람이 살아가는 주요한 동기 중 하나가 행위 그 자체일 텐데 나로서는 그 어떤 행위에도 신뢰가 가지 않고 몰입하고 싶지 않아 망설이고 뒷걸음질을 친다. 이 짓은 요즈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 중 가장 잘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잘 하는 짓이다.

 

아무튼 어김없이 과잉된 열량을 어떻게 소모할 것인가 고뇌한 끝에 이 글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코끼리가 제 눈썹 한 올을 소모하듯 내가 평생에 걸쳐 생산해낸 잉여 에너지의 티끌조차 되지 않겠으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행태가 일상이 되고 달리 할 수 있는 바가 없어 글을 쓰는 행위로 손쉽게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불신과 의심과 게으름이 나다운 것일지니 굳이 극복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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