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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살기08] 행사를 준비하면서_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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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0-29 15:17 조회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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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살기08]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기록

 

 

어제는 요산문학축전 행사 중의 하나로 부산에서 활동하다 돌아가신 작가들을 기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대상작가는 작년초에 돌아가신 이복구 소설가로 정해졌다. 이복구 소설가는 등단하고 거의 30년 동안 불구경맨밥2권의 소설집을 낸 작가다. 30년 동안 2권이라면 다른 작가에 비하면 아주 작은 양이었다. 궁금증을 갖고 행사를 준비했는데, 만난 사람들로부터 이복구 소설가의 작품세계라든지 인간적인 모습에 대해 듣게 되었다. 대부분 작품에 대한 이복구 소설가의 완벽주의를 이야기했다.

 

흡사 죽제의 밤처럼 요란했다. 거리 이쪽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는데 그들은 어두운 밤하늘에 치솟아 오른 불기둥을 바라보며 그 기운에 전염당한 듯 이상한 열기에 들떠 있었다. 불은 오랫동안 굶주려 왔던 거대한 짐승처럼 거센 입바람 소리를 내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미친 듯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때마다 건물들의 내장이 딱딱 터져나가고 뼈들이 꿈틀거리며 일어섰다가 참혹하게 무너졌다.

- 이복구, <불구경> 앞부분 중에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만나게 된 이복구 소설가의 따님을 통해 지금은 절판이 된 책을 책을 구했고 고맙게도 그동안 잘 알지 못하던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즐거운 마음보다 일이란 생각이 들면 하기 힘든 일일 거다. 1년 정도 진행해왔던 일 속에서 어느 순간 그저 그런 마음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강렬한 시선으로 다가오는 말들. 그 말들의 힘들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말은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 말을 쓰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게 문학인데 이복구 소설가의 불구경이란 작품은 처음 순간부터 그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른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복구 소설가의 힘이란 하나의 완벽한 작품을 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편지는 그렇게 끝나 있었다. 가슴 밑바닥이 울렁거리면서 뭔가 큰 멍울 하나가 소리를 내며 터지는 것 같았다. 그것이 어떤 기분인지 나는 옳게 판단할 수 없었다. 나는 되도록 냉정하고자 애를 쓰며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생각해 보려 했다. 그랬다. 막연하긴 하나 나 또한 앞으로는 가슴을 졸이며 화재 터를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쩐지 내가 찾는 어떤 사람은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이미 내 곁을 지났거나 혹은 이미 내가 만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이복구, <불구경> 끝부분 중에서

 

  작가를 기억하는 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작가는 어떻게 기억이 되고 싶을까. 다시 결론 없는 질문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이런 고민들이 삶을 지탱해주고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안면이 있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질문할 거리가 생겼다.

 

  이제 미뤄왔던 행사들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있다. 코로나의 해를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아직 올해의 행사가 몇 개 더 남아있지만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앞으로의 일들도 잘 마무리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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