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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위한 30대의 고민_박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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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7-26 12:39 조회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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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07.26 칼럼

20대를 위한 30대의 고민

박미담

 

 

박사학위 과정과 직장생활 병행은 무척 버거웠다. 그즈음을 돌이키면 직장에서 받는 눈치나 압박, 공부에만 몰두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학위 취득이 늦어지진 않을까하는 조바심이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것 같다.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보다 나이는 어린 편이지만, 학부 졸업 이후 지금껏 쉼표 없이 앞만 보고 달렸던 내게 휴학이나 수료 같은 건 어떤 이유로든 용납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렇게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운 좋게도 학교에서 강의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몇몇 학교에서 전공과 맞는 여러 과목들을 강의해왔다. 학생들 앞에 선다는 것이 무섭고 두렵기도 했지만, 파르스름한 그들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 그러한 기운을 고스란히 받는 것 같았다.

 

IMF시절,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 무렵을 통과해온 내 또래들은 일찍이 꿈을 쫒기보다는 안정된 삶의 중요성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으리라. 나 역시 몇 가지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장래희망을 뒤로 하고 취업의 문이 상대적으로 넓었던 학과를 선택했다. 학우 대부분은 여자였고, 그 속에서 늘 학점에 대한 스트레스가 따라다녔다. 덕분인지 4학년 여름 방학이 다 가기 전, 희망했던 직장에 합격했고 졸업과 동시에 일을 시작했다. 물론 3학년 겨울방학부터 각종 어학시험과 족집게 면접이라고 하는 족보도 몇 권 구입하고 스터디도 꾸려서 나름의 취업 준비에 바지런을 떨기도 했다. 직장에서 몇 해를 보낸 뒤, 대학원을 진학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게 고단했지만, 그 때문에 상사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아 회사에서 추진하는 공모전이나 각종 사업 분야에 부서대표를 맡아 중대한 잡무(?)도 쳐내면서 쉼 없이 달리고 달렸다. 나중에 고개를 들었을 때는 서른이 훌쩍 지난 때였다.

 

그때 들었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백세시대에 삼분의 일 정도 되는 시간동안 숨도 못 쉬고. 아니 숨을 쉬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지내온 느낌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때부터 난 직장 후배에게 너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끊임없이 말해왔지만 모두들 그리 쉽게 굴레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다시 수업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학생들과 만남은 두렵고 즐거웠다. 매사 생기 넘치는 청춘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곤 했다. 학생들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사소한 것에 쉽게 감동하고 부러워했고 고마워하고 웃어주었다. 두려운 것은 스펀지 같은 그들에게 내가 혹여 잘못된 것을 주게 될까봐 말 한마디 행동하나 조심스럽지 않은 게 없었다.

 

한 번은 수업 내용과 상관없지만 어찌 보면 분리할 수 없는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용의 시작은 아동 학대였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회 복지, 빈곤, 비정규직까지 이야기가 확대되었다. 내 입장을 전달하기보다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누군가 그랬지 않은가. 말을 하다보면 생각도 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고가 발전하게 된다고

 

학생들은 아동 학대에 대해서는 매우 분노했다. 어리고 약한 존재에게 무자비한 성인의 힘으로 제압하려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송파 세 모녀 사건에 대해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대해 안타까움과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그들은 세수를 늘리기 위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많이 걷는다거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나는 속으로는 흠칫 놀랐지만 혹여 학생들의 발언을 가로막을까 싶어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016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에서 발표한 자료를 활용한 몇 가지 뉴스 기사들을 통해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1,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고소득자가 현재보다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라는 항목에 대해 18~29세 청년들은 다른 연령에 비해 찬성자가 매우 적었다. ‘현 정치인을 신뢰하느냐라는 질문에는 각 연령대(60대 이상까지) 중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또한 비정규직’, ‘복지’, ‘증세등에 대해서는 30대나 40대 보다도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연령층이 낮을수록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다고 했던 사회학자나 정치학자의 말들이 두서없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어버린 걸까

 

어느 날은 캠퍼스 안을 걷다가 재미있는 문구를 발견했다. “대학교 군기문화 그냥 참고 넘겨야죠 #경찰에해시태그를 이용한 부산경찰의 참신한 캠페인 문구였다. 그러고 보면 요즘 자주 접하는 단어가 있다. 젊은 꼰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절묘하게 만나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저 단어가 웃기려고 만든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같은 대학의 다른 캠퍼스 학생을 비하하여 부르는 단어를 접하게 되고, 편입생을 일컫는 은어를 개발해 왕따를 조장하고, 나아가 직장 초년생들 가운데서도 먼저 입사한 같은 직급의 직원으로부터 당하는 괴롭힘 등을 떠올리면 이 생기 넘치는 젊음에게 드리워진 그늘을 마냥 묵과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의 학창시절에도 선배들로부터 혼나는 연례행사는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학내문화가 더욱 부정적인 힘을 얻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두 가지 이야기이지만, 나는 이런 20대의 보수화 현상이 안타까웠다. 경쟁 만능주의 사회에서 생존하면서 길러진 그들의 본능인 것이다. 대학 입시, 취업 등 그들 앞에 놓인 모든 것이 경쟁이었고, 그런 생활이 내면화된 젊은 청년들은 기존의 가치와 요구에 대해 도전하거나 심지어 의구심을 가질 기력도 없는 것이다. 이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경제위기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자신의 삶과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생존 경쟁을 했을 것이다. 이들은 어쩌면 그런 생활을 보며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혹독한 시절에 20대를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저항 없이 성과주의 삶을 살아온 그들이 꾸려가야 할 우리의 미래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불평등을 해결해야 하는 게 급선무이지 않을까. 불평등은 구성원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이는 정치인들이 말하는 사회대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복지, 의료 서비스 등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의 불평등을 하루아침에 타파할 수는 없어도 우리는 고통을 감내하며, 고민하고 합리적 의심을 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강단에 선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말하고 싶다. 청춘이라서 아플 필요도 없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고그러고 싶지만, 아직 자신이 없다. 그저 배부른 소리로나 들리지 않을까. 그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기는 일견 쉬울 것이다. 그보다 그들이 건강한 터전에서 건강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들 가까이에,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아가는 30대인 나부터 말이다.

 

 

 

- 1986년생, 대학 시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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