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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약해도 괜찮을 수 있을까_구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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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4 11:47 조회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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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약해도 괜찮을 수 있을까


구설희

   

  집 앞 횡단보도는 6차선이다. 30초, 30초 만에 초록불은 빨간 불로 바뀐다. 초록으로 바뀌고 30에서 시작한 숫자가 점점 줄어들 때 마음은 조급해진다. 뛸 때도 걸을 때도 있지만 걸어서 건너면 금세 초록불은 빨간불로 바뀌어있다. 이따금씩 생각했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은 이 횡단보도를 제 시간에 못 건너겠구나. 이 세상은 정상인의 시간으로 움직이는구나. 또 가끔 느리다는 소리를 듣는 나는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세상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런 거구나. 상대적인 거구나. 

  이런 세상의 기준에 맞추다보면 누군가는 분명 그 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떨어진다. 그러면 이내 사람들은 딱지를 붙이곤 한다. 색안경을 쓴다. 장애인, 정신장애인, 노인…. 사회적 약자는 정말로 약한 게 아니라 필요한 기준이 ‘세상’에 맞추어져서 그렇다. 정상인은 누구인가 어떤 신체를 정상인이라고 불러야할까. 어떤 정신을 정상이라고 불러야 할까. 경쟁이 심한 한국사회는 4명 중의 1명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세상의 대부분은 비정상일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정상이라는 환상을 좇으며 사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는 정상/비정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 사회는 정신장애인(약자)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세상의 기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은 ‘베델의 집’이라는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의 이야기다. 제목으로 ‘약해도 괜찮아’도 좋을 것 같다. 약해도 괜찮다는 것을 관철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명징하게 보여주는 건 베델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하야사카 씨의 에피소드였다. 하야사카 씨는 정신분열을 안고 있다. 때문에 베델의 집 작업장에서 3분밖에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일하지 못함으로써 다른 동료들이 작업에 추가로 참가하게 되지만 이때 하야사카 씨는 “약함을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그 약함으로 “세 사람분의 일을 낳은 공로자”로 여겨진다.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명한 불평등이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이 책은 ‘약자들의 연대’라고 불렀다. 아마 베델의집이 아니었다면 사회는 하야사카 씨가 어떻게든 ‘정상’이 되라고 재촉할 텐데.

  그리고 중요한 건 약함의 인정 속에서 그들은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베델의 집 첫 시작은 복지사 무카이야치 씨였다. 그는 무엇보다 연대(관계)에 대해 고민했고 정신병원에 근무하면서 기존 치료의 한계를 절감했다. 정신장애인에게 처방하고 약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의학은 환자의 병을 ‘정신병’이라고 진단내릴 수 있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살피”지 못한다. 그것을 살피는 것이 곧 인간관계의 회복이다. 베델의 집 사람들은 공동체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상태를 말하고 자신이 “고생”해온 경험담을 나눈다. 그 과정에서 부정적이었던 것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자기이해와 자신을 수용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해 볼 수 있을 거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속에 회복과 화해는 어디 있는가. 관계 속에서 회복을 얻고 있는가. 오히려 이 ‘정상’ 세계 속에서 “상승 지향”의 삶을 추구하느라 상처입거나 아픈 건 아닐까 “약해도 괜찮아”는 누구에게나 적용가능 해야 하는 말이다. 오히려 나약해선 안된다, 아프면 안된다, 라는 강박이 더 사람들을 사지로 내모는 건 아닌지. 

  아플 수 있고, 약할 수 있고, 나약할 수 있다. ‘3분밖에 일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정상의 기준을 모든 곳에 들이밀지 말 것. 6차선의 파란 신호등 대기 시간 ‘30초’가 적당하다고, 정상이라고 무턱대고 믿지 말 것. 우리가 다른 상상력을 가지지 못할수록 누군가의 자리는 좁아지고 결국엔 내 자리마저 정상의 기준에 잡아먹힐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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