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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기_조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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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7-06 17:59 조회1,6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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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07.06

되돌아보기

조정환

 

 

설레기도 혹은 망설여지기도 했던 성당으로의 발걸음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다. 종교는 나에게 항상 낯설기만 했고, 길을 가다 눈길조차 보내지 않던 이곳을 기웃거리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종교를 갖게 될 수 있을까란 숱한 의문들과 어색하기만 한 자신이 왠지 쑥스럽기도 해서 교리공부 도중에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낯선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내 것이 되어왔던 지난날처럼,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그저 그런 일들 중 하나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종교는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살아온 모습들을 돌이켜보게 했다. 그저 하룻밤 반성문쓰기가 아니라, 아주 샅샅이 훑어내는 느낌이랄까. 종교라는 절대자 앞에서 나는 매번 한없이 작아졌고, 모르고(혹은 잊고) 살아왔던 나의 면면들을 생각하게 했다. 처음 경험하고 알게 된 내 모습 때문일까, 생경함은 이내 새로움으로 바뀌었고 그것은 강한 끌림으로 이어졌다.

 

그림을 전공하고, 업으로 삼으면서 나는 늘 새로움이라는 강박에 시달려왔었다. 예술, 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안팎으로 요구되던 새로움은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나 역시 예술가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일을 하는 나는, 특별하고 대단한 존재라고 여겼다. 앞을 내다보면서 나아가려고 하는 욕망과 의욕이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어 지쳐가던 어느 날, 나는 연인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성당 미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성당에 당도하기 까지 시종일관 시큰둥했다. 얼른 끝나고 데이트나 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성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성스러움과 동시에 공포감마저 들었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마음은 이미 어린애처럼 울고 있었다. 겉으로는 별것 아닌 듯 눈물을 참는 내 모습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뭐가 그토록 부끄러웠는지, 스스로를 못마땅해 하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당혹스러웠던 그날 이후 무심한 척 하며, 성당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횟수가 더해질수록 몸이 마음과 함께 반응하기 시작했다. 높고 웅장한 건축의 구조, 신성한 미사 의식, 처음 접하는 악기와 성가대의 노랫소리 같은 낯설고 신비로운 환경들이 나를 감화시킨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내 마음을 울컥하게 했던 것은 내 탓이오라며 가슴을 치는 참회의 시간이었다.

 

신성함을 느끼도록 구축되어 있는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행해지는 낯선 의식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무뎌지게 된다. 지금 내가 처음 세례를 받았을 때와 달리, 귀찮음과 게으름으로 성당 가는 일을 빼먹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번뇌를 거듭하면서도, 세례를 받고 종교를 가지게 된 것은 이 종교가 만들어 주는 되돌아보기의 시간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과 성당에서의 경험은 비슷한 점이 많다. 처음의 오만했던 생각과 달리 예술의 원동력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곱씹는 일인 것 같다. 그동안 그림 그리는 일은 어쩌면 나와 무관하게 흘러왔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이라는 막연한 목표의식을 갖고, 언젠가 대단한 작품을 해낼 것이라는 마음이 대부분이었다. 여전히 그런 자만심이 내게 남아있다. 다만 새로운 것을 억지로 쥐어 짜내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살펴보고 돌아보는 습관이 내가 가진 무언가를 꺼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되돌아보기가 가져다주는 새로움, 그것이 내겐 예술이고 삶이다.

 

 

 

- 건축과 미술을 전공했으며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 관심이 많다. 그 공간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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