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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죽었다_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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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1-28 17:32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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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죽었다

 

인하

 

옆 집 남자가 죽었다.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달았다. 하지만 그가 발견된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다. 남자의 죽음은 참으로 조용하고도 적막했다. 고약한 냄새를 피워올리며 요란하게 난리법석을 치는 동안에도, 누구하나 그의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의 부고 소식이 알려진 건, 동네 이웃들에 의해서였다. 문을 걸어 잠그고, 꽁꽁 커튼을 여미고, 단단하고 두터운 벽으로 서로를 구분짓는 서늘한 이웃 사이라도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 앞에서는 도무지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다. 관심의 표현이 도리어 쓸데없는 참견과 오지랖이 되더라도 이번만큼은, 그집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그렇게 옆집 남자의 죽음이 비로소 오평 남짓 단칸방의 문턱을 넘어 세상에 알려졌다. 정확히 열흘 만이었다. 민원 업무를 다루듯 집행된 하룻밤의 장례식, 쓰레기 봉투에 담겨진 채 수거일만을 기다리는 단촐한 살림살이들, 옆집 남자가 세상에서 지워졌다, 그렇게. 마치 카톡 차단과 연락처 삭제 버튼 하나로 인간 관계를 정리하듯 한 사람의 일생이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은 잠깐이었다. 

열흘이란 (이웃들이 좀 더 인내심을 가졌더라면 그보다 더 길었을지도 모를!) 시간 속에 깊이 잠식되어있던 남자의 죽음으로 미루어보아 그에게는 필히 온전한 가족도, 가까운 친구도, 이웃도 동료도 없었을테다. 그는 누구인가, 혹은 왜 그는 죽어야 했을까란 물음들은 그래서 영영 그 해답을 잃은 채 여태 이웃들의 수다 속을 정처없이 떠돈다. 

일찍이 일본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듯, 고독사(孤獨死)는 개인화가 심화되고, 반면 공동체적 유대와 상호 결속은 사라진 현대사회의 병폐를 적날하게 고발한다. 서로의 곁을 지키고 지탱하는 대신 조각조각의 왜소한 개인만 남아버린 오늘날, 현대인은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함께 살고 있지만, 정작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은 없는, 이른바 고독한 군중들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집(Home)은 비단 물리적인 것 가령, 땅이나 집(house)만을 가르키진 않는다. 이웃과 친구 가족들 혹은 동네 작은 놀이터와 동산 같이 우리 일상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것들 또한 함께 아우른다. 예컨대 옛 고향들이 우리에게 언제나 집일 수 있었던 것은, 언제든 돌아갈 집과 이웃들 그리고 장소와 풍경들이 항상 그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개발이란 명목아래 헤쳐지는 땅과 쉼없이 부서졌다 지어지길 반복하는 집과 각자의 살길을 찾아 세계 도처로 뿔뿔히 흩어진 사람들로 가득찬 오늘날 ‘집’이란 물음은 그래서 한층 복잡하다. 게다가 바우만의 지적처럼 모든 것이 액체(liquid)처럼 유동(fluid)하는 현대사회에서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우리 삶의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주던 집이란, 이젠 백일몽처럼 요원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옆집 남자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 소식은, 어쩐지 집 잃은 어린양처럼 황폐한 일상을 정처없이 방랑하는 현대인과 그사회의 죽음을 알리는 선고처럼 들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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