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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로 갈아신다_임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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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1-15 16:19 조회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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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로 갈아신다

  

임은주

 

 

전남편과 광안리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아이도 함께였다둘이 함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가슴에도 담았다이 사람과 헤어지면 이것도 추억이 되리라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해졌다아이 곁에 있는 전남편은 아이의 30배 정도로 커보였다.

  

 

우리는 헤어지기로 합의했다서울 애오개에 있는 가정법원에 협의이혼신청서를 제출했다미성년 아이가 있는 우리는 당장 이별하지 못 하고 3개월을 기다렸다조정 과정을 거쳐야 해서 친구에게 통역을 부탁했다사랑하지 못 한 사람이었지만 법원이어서 그런지 자꾸만 눈물이 났다.

 

전남편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아이와 함께 배웅했다전남편은 출국 게이트에서 자꾸만 우리를 돌아보았고 딸은 'Daddy'라고 불렀다가 '아빠'라고 불렀다가를 반복했다나는 전남편에게 '2년마다 한 번씩 와레나가 커가는 것을 지켜봐 줘.'라고 부탁했다전남편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현남편과 몇 주 전에 부산 교대에 있는 가정법원에 갔다남편은 엉덩이를 비척이며 걷는 습관이 있다늘 재빠르게 움직인다오너셰프로 일하고 있는데 노동시간이 12시간을 육박한다그래도 헤헤 웃으며 말한다딸래미와 당신을 위해 일한다며 웃을 때는 눈이 쳐져 눈동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남편은 자신의 짐을 싸서 떠나겠다며 가게로 가자고 했다입버릇처럼 입산수도를 읊곤 했다이혼하면 나는 산으로 들어가겠다누가 비즈니스를 같이 하자고 하면 파트너쉽으로 해나갈 거다당신 혼자서 이 가게를 책임지고 운영해 나가겠나빚잔치 하고 6천만원이라도 건져서 전셋방이라도 얻어라여자 혼자 아이 교육시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다정한 성격을 가진 남편의 사람좋은 눈길에 그만 울고 말았다

  

 

왜 그렇게 오래 일해야 돼새로 셰프도 뽑고 했잖아힘든 걸 보는 것도 고역이야내가 언제 돈 많이 벌자고 했어나는 그저 일 끝나고 당신과 온천천 산책하는 일상을 되찾고 싶을 뿐이야나와 송이 때문에 노예처럼 일한다면 그냥 우리가 사라져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어느새 우리는 사업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베이커리 카페는 내가베이킹 클래스는 남편이 주도권을 쥐고 잘 해보아야겠다는 데에 합의를 보았다. 7월 18일에는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굽이 없는 구두를 즐겨신는다활동량이 많은 날에는 운동화를 신는다이 결혼에 남기로 결정했다현남편에게 아직 애정과 미련이 있다그러나 유년기에 맺은 엄마와의 집착 관계는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생애 첫 장면에서 엄마가 내게 구조의 눈길을 보냈다고 믿는다엄마를 연상시키는 이 세상의 많은 여성들을 구원해야 한다고 느낀다이렇게 이성애 결혼제도 안에서 안이하게 살아도 괜찮은지자주 회의한다내 몸을 모두 풀어헤쳐 동성과 연결을 회복하고 싶다이 끊어질듯한 연결이 끝난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

  

 

월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에는 붙박이 신발장이 있다신발장 안에는 구두와 운동화가 종류별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구두를 신고 지금의 생활을 계속해야 할까운동화로 갈아신고 새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만지작거리다가 출근 시간에 늦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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