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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7.책을 낸다는 것_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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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0-23 09:13 조회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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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 책을 낸다는 것

 

현 수

책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팔 교재를 만들기 위해 쓰는 책과 같은 특수성을 제외하고 보자면 크게는 두 가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책을 팔아서 먹고 사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혹은 책을 내는 게 꿈이라서.

후자인 사람은 책이 어떻게든 나오면 그만이니 특별히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전자의 경우로 가 보자. 일단 책을 팔아서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은 오늘날 기정사실이니 무게를 “작가로서 책이 팔리는 사람이 된다”로 옮겨 가 보자.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독자를 알아야만 하겠다. 자, 생각을 해 보자. 누군가가 서점에 가서 책을 사려고 한다. 그가 책을 고르는 1번 기준이 뭘까? ‘아는 책’이다. 세상에 책은 너무나도 많고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도 너무 많다. 요즘 책은 한 권에 만 원을 훅 넘어가니, 독자로서는 귀한 시간을 할애해서 산 책이 마음에 안 든다면 그것만큼 속상할 일도 없겠다. 그러니 베스트셀러를 사고, 잘 알려진 작가를 사고, 좋은 출판사(라고 알려진)에서 나온 책을 산다. 모르는 것에 도전하는 위험을 굳이 감수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 자, 당신이 이제 막 따끈따끈한 신간을 낸 작가라면 1번에서부터 이미 한참 불리해졌다.

두 번째 기준은 표지다. 눈에 띄어야 한다. 표지를 이루는 건 표지 디자인, 책 제목, 책 날개나 띠지, 혹은 뒷면에 적힌 줄거리 등 생각보다 다양하다. 독자들은 본문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본문을 좀 본다고 한들 시작 지점은 아니다. 책의 첫장을 펼친다는 건 이미 그 책을 읽을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첫 번째 기준은 운 좋게 통과할 수도 있다. 어떤 독자들은 새로운 책을 읽고 싶어 하고, 나처럼 베스트셀러에조차 전혀 관심이 없이 책을 현장에서 바로 훑어보면서 살 수도 있다. 자, 이 정도쯤 되니 슬슬 당신에게도 가능성이 생겼다.

현실은, 책도 온라인에서 팔린다. 온라인에서 팔리는 책은 두 번째 기준이 생략된다. 즉, 진열의 덕으로 얻어걸릴 일이 없다는 뜻이다. 온라인으로 이걸 만들어주는 것(상단에 노출시키거나 메인 화면에 보이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홍보의 역할이다. 그런 홍보는 개인이 행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출판사의 역할이 커진다.

이런 식이니 좋은 책이라고 다 팔리는 것도 아니고, 팔리는 책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출판사들이 들으면 기분나빠할 부분이겠지만(나름대로 각자의 눈으로 책을 선정할 테니까), 소비자의 돈 그리고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접할 기회를 앗아가는 책들도 여전히 나오고 있고 좋은 콘텐츠가 끝내 책으로 발행되지 못하기도 한다. 그것도 적지 않게 말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까지 짚지는 않겠다. 시시콜콜한 데다 이 글의 주제와도 무관하니까. 게다가 내가 온갖 일을 해 보았지만 아직 출판업계에서 일한 적은 없기 때문에 내 말이 정답일 수는 없다.

어쨌든, 당신의 책이 팔리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하자. “당연하다.” 아무도 당신을 모르니까. 당신의 무언가가 (책과 관련이 있든 없든) 이슈가 된 적도 없고, 첫 책이고, 심지어 남들 눈에 지나가다 띌 일도 없다면 더더욱. 그것은 당신의 글의 퀄리티와 아무 관련이 없다.

최근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의 성공은 팔리는 콘텐츠에 대한 출판사의 소구를 늘려 주었고, 출판사들에게 있어서 저자 발굴의 중요성을 한층 더 상승시켰다. 안정적인 작가를 끼고 가면서 신예 작가를 발굴하는 일은 언제나 중요했다. 그리고 요즘은 출판사에서 작가를 키워내어 글을 쓰게 만드는 흐름이 생기고 있으며 이는 차차 더 강해질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말자. 당신의 개인 홍보가 출판사의 눈에 띌 가능성은 온라인이 없던 시절보다 훨씬 강해졌다. 소중한 원고를 출판사에서 일하는, 너무나 바쁘기 때문에 메일로 날아드는 수많은 초고를 읽어 줄 시간이 차마 나지 않는 편집자에게 보내어 놓고 두근거리며 앉아 기다리기만 하다가 좌절하고 말 시대가 아니다.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하라. 부끄러움 많은 작가가 우연히 발견되어 성공하는 이야기는 우화집 한쪽에 접어넣는 게 낫다. 다른 사람이 알게끔 하고, 읽게끔 하고,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쫓아다니고, 스스로를 가꿔야 한다. 인터넷 곳곳에 알리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에 (맥락은 있게) 글을 써라. 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안다면 그게 다 힘이 된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글을 쓰는 것이다. 탄탄한 밑받침 없이 이슈로 나오는 책이란 오래 가지 못한다. 반대로 당신이 좋은 글을 썼으나 아직 책을 내지 못했다면 지금은 불안할지 몰라도 더 괜찮은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다, 일단 책을 내게 된다면, 그런 가치 있는 것은 쉽게 버려지지 않으니까. 진짜 노력은 여기에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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