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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그림판9> 근현대사의 씨줄과 여성말의 날실을 엮는 영화굿_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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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8-15 12:25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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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그림판>

 

 

근현대사의 씨줄과 여성말의 날실을 엮는 영화굿

임흥순_려행 (2019. 8. 8. 개봉)

 

 

신용철_민주공원 큐레이터

 

 

“190811_영화 려행 /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국시가 땡겨. 국시에 들어갈 고명을 매만지면 영화의 결들이 새록새록 돋아나. 부지깽이나물, 호박나물, 소고기앞다리살을 얹었어. 영화 <려행>은 다큐멘터리영화라기보다는 서사무가 같애. 영화를 보며 굿을 보고 있어서 낯설어. 1996년 후포에서 송동숙 선생 별신굿을 8미리 카메라로 일주일동안 찍고 있었어. 이제는 의사가 된 동무들이랑 함께 들은 바리데기 무가를 잊을 수 없어. 바리데기를 들으며 제 얘기를 보고 있는 할매들과 할매들이 종이꽃에 꽂아넣던 꼬깃꼬깃 천원짜리들이 눈앞에 날아와 춤을 추자고 꼬셔. 국시 환각 증세가 왔어. 정신과 의사가 된 형에게 물어봐야겠어.” (글쓴이의 20198월 타임라인 참조)

 

우리는 위대한 메이지유신의 시대를 되돌아보며 대동아공영권을 다시 꿈꾸는 간악한 일본 총리의 아가리에, "한국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내는 것이 아파트 월세를 받는 것보다 쉬웠다"라고 지껄이는 천박한 미국 대통령의 아가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어느 때이고 식민지 아니었던 때가 있었나. 일제가 짓고 미제가 이어받은 식민의 동굴 속에서 우리의 근대는 없다.

 

86분 동안 짧고 기나긴 려행을 했다. 탈북한 여섯 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의 손에 이끌려 집을 떠나 끄끝내 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한국근현대사를 보았다. 누이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떠도는 한국근현대사의 이야기줄기이다.

 

나는 1996년 경북 후포에서 송동숙 선생 무리가 여는 동해안별신굿을 8미리 캠코더로 찍고 있었다. 민속학 공부를 시작한 석사과정 첫 학기에 중고 8미리 캠코더를 사고 처음 나간 민속 현장 조사였다. 일주일동안 이어지는 큰 굿판에 캠코더를 걸어두기만 하고 굿판과 언저리를 들쑥날쑥 거리며 흥청망청 게으르게 놀았다. 굿의 주관객은 할매들이다. 딸이나 며느리가 쥐어준 천원짜리 다발을 쌈지에 넣어두고 때때로 종이꽃에 하나씩 하나씩 꽂아넣는 할매들이다.

 

나는 바리데기굿에서 보았다. 바리데기굿의 바리데기 이야기는 막내로 태어난 딸이라는 곡절로 집에서 쫓겨났다가 아비를 살리기 위해 다시 제 스스로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시집살이를 하고 그 댓가로 뼈살이, 살살이, 숨살이꽃(어떤 이야기에서는 생명수’)을 가져와서 아비를 살리고 집안을 일으킨다는 이야기이다. 할매들은 바리데기 이야기 위로 할매들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바리데기의 이야기에 제 인생의 간난과 시련을 엮어서 울고 웃고 있었다. 굿판의 이야기길이 할매들 이야기길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길로 엮이는 아름다운 굿판이다.

 

1996년 내가 바리데기굿에 감동하고 있을 때 감독 임흥순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가 만든 <위로공단>2015년에 보았다. 보는 내내 바리데기를 떠올렸다. <위로공단>의 제목이 바리공단이어야 하지 않을까 감독에게 물었었다. 5년 만에 만나는 그의 장편에서 다시 바리데기를 만난다. 닫힌 또는 닫혔던 여성의 입을 열어 말하게 한다. 또는 여성의 입을 빌어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 묻는다. 그는 한국근현대사라는 씨줄 위를 가로지르는 여성서사, 여성화자의 복화술이란 날실을 쓰다듬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명징한 직조이다.

 

<려행>의 부산 개봉 행사가 있는 날 임흥순 감독을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북한산>(2015), <형제봉 가는 길>(2018) 이야기도 해저무는 영도선착장 포장마차에서 함께 나누었다. 영도다리를 다시 건너가서 뼈살이, 살살이, 숨살이 술을 나누어 마시며 밤이 늦도록 한국근현대사와 민중미술 사이를 짧고 길게 려행하였다. 오랫동안 제 자리에서 제 일을 하고 있었으나, 그와 나는 만날 수밖에 없었으리라 여긴다. 1996년 바리데기굿 언저리에서 조짐으로 비췄고 우리의 아궁이는 늘 이어져 있었으므로.

 

* 임흥순 감독의 <려행>은 지난 88일 개봉했다. 지금은 감독 일행이 전국을 돌며 개봉 행사를 하고 있다. 극장 상영과 공동체 상영만을 하기로 했다. 이후 IPTV 등에서 다시 볼 수는 없다. 개봉관이 많지 않고 개봉시간도 적어 걱정이다. <려행>을 마치고 티켓을 갖고 오신 분께는 신큐가 말아주는 국시를 대접할까 한다. 다만 재료를 마련하고 부엌을 채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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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큐가 말아주는 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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