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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면 보물이_박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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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01 17:28 조회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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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면 보물이

 

박규리

 

 

 독일어는 쾰른으로, 영어식으로 표기를 옮기면 코롱으로 불린다. 그렇다. 남성용 화장수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단어다. 원래는 18세기에 처음 소개 된 향수의 이름으로, 그 원조 레시피가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상큼한 향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으며 그 고향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쾰른은 아주 오래 된 도시로, 곳곳에 유적이 즐비하다. 길을 가다가 보이는 풍경에 나이를 매기다 보면 천 살도 훌쩍 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옛 도시 방벽의 잔해다. 고대로마제국 시대에 세워진 것이니 멀쩡한 모습도 아니고, 풀도 웃자라 그냥 지나치기 쉽다. 도시 한 복판에 원본(?)을 그냥 두고 있는 것이다. 비바람을 맞히며! 발굴 후 관리되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관리'와 매우 다른 모습이다.

 

 독일에는 유독 원형 그대로인 유적보다 '복원' 중인 것이 많다. 세계대전을 거치며 많은 옛 유산이 폭격과 화재에 무너진 탓이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건물을 선정하고, 남아있는 사진과 설계도, 그림 등에 근거해 작업한다. 쾰른의 구 시청사 역시 그렇게 복원 중인 건물의 하나다. 원래 모습을 매우 잘 재현 해 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 구 시청사는 인물 조각들이 외관을 장식하고 있다. 사연에 따라 상징적인 포즈나 소지품, 받침대를 가져, 하나 하나가 독특하다. 서양사에 밝은 사람이라면 업적이 잘 알려진 위인을 디자인 만으로 구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쾰른 주민이 크게 공감할 익살과 해학을 담은 조각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화려한 꽃장식과 거미모양 발판에 선 이가 있다. 쾰른이 사랑하는 여인, 아그리피나. 화려한 꽃 장식은 그녀의 아름다움과 업적을 나타낸다. 그녀는 지역을 고대 로마 제국의 직할령으로 승격시켰다. 이후 수세기에 걸친 번영에 큰 바탕이 된 사건이자, 쾰른으로 이름 붙여진 배경이다. 어떻게? 거듭 당대의 힘 있는 사람을 찾아 혼인하여 얻은 권력으로 이룬 업적이다. 거미는 이 과정에서 더 높은 권력을 쫓아 시기적절하게 남편들을 치워(?)버렸던 능력을 보여준다. 급변하는 세태에 재혼 때마다 새로운 최고 권력자를 차지한 굉장한 인물이다.  

 

 벌거벗은 엉덩이를 딛고 선 조각도 있다. 쾰른의 랜드마크, 쾰른 대성당을 설계한 건축가이다. 쾰른 돔이라고도 불리는 대성당은 성경 속 동방박사 3명의 관을 비롯하여, 많은 왕조와 종교 인사가 안치된 아름다운 성당이다. 뜻 깊은 성물을 찾는 순례자를 맞이하기도 하고, 실제 미사를 보는 성당이자, 아름다운 외관으로 수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그 설계자는 충분한 존경과 감사를 누려야 할 테지만, 쾰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반발과 조롱을 샀다. 성당의 건축 자금을 위해 맥주에 과한 세금을 매긴 탓이다. 그의 조각상은 설계도를 품에 안고 격조있는 복식을 하고 있지만, 굴욕적인 발받침 위에 선 채다.

 

아직까지  복원중인 구 시청사 옆으로는 넓은 터가 가림막으로 구분되어 있다. 인근에서 새로운 유물이 발굴되어 새 박물관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공사장의 가림막은 거대하고 화려한 안내판의 역할도 한다.‘XX 년에는 이런 유물들을 소장하고, 저런 흥미로운 전시관을 갖춘 박물관이 될 것이다!’쾰른에서 8년째 거주중인 가이드는 설렘을 안고 새 박물관을 기다리고 있노라 했다. 동시에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 주었는데, 공사 중인 박물관은 아직 허가도 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쾰른 건물 공사가 타지 평균보다 몇 년은 더 오래 걸린다. 일단 땅을 파기만 하면 어김없이 유물이 나오는 탓이다.  터가 잡히면 가장 먼저 땅을 파는 사람들은 고고학자 들이다. 기존에 건물이 있던 땅이라도 예외는 없다. 지하 면적을 내려가는 만큼, 유물을 확인할 깊이가 늘어날 뿐이다. 그러면 발굴 될 가능성이 있는 무언가의 추정 나이는 점점 올라간다. 몇백년에서, 어쩌면 천 년이 넘을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뭐든 나온다는 것이다. 틀림없이!

 

 

소중한 보물을 품은 고고학자들이 오랜 잠에서 깬 친구들을 깨끗이 씻기고 잘 다독여 정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나면, 사람들은 새 터를 찾는다. 또 땅을 파야지. 새 박물관을 세우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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