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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그림판7> 안도 타다오, 정기용, 김중업_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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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6-20 14:14 조회1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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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그림판 7

안도 타다오, 정기용, 김중업

신용철_민주공원 큐레이터

     

 

“190612_안도 타다오 / 어떻게 벽을 세우고 금을 긋느냐에 따라 장소는 공간이 돼.” (글쓴이의 페이스북 20196월 타임라인 참조)

 

제주도는 우리 안의 식민지 같았다. 가는 곳마다 갖가지 박물관(미술관, 역사관, 체험관)들이 언저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뜬금없이 앉아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제주도 아름다운 땅 곳곳에 생뚱맞게 세워진 박물관을 보니 조선박람회’(1929, 경복궁)가 어른거린다. ‘조선박람회뒤로는 동경권업박람회‘(1907, 동경)가 어른거린다. 서구를 따라한 일본의 박람회 안에 조선인들을 비롯 아시아의 갖가지 민족을 전시한 공간을 만들었다. 식민지 통치 뒤에 열린 조선박람회는 동경권업박람회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으며 식민 통치 20년을 온누리에 떠벌리는 공간이 되었다. 우리가 이른바 엑스포라고 부르는 또는 박람회라고 부르는 전시기계의 역사에는 제국주의의 홉뜬 눈길과 식민지의 내리깐 눈길이 한 그림 안에 더불어 살고 있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라는 큰 박람회에 간다. 렌트카를 타고 아름다운 자연 곳곳에 세워진 갖가지 박물관에 가서 비싼 관람료를 내고 비싼 인증샷을 찍고 비싼 기념품을 사고 때마다 줄줄이 비싼 쓰레기를 마구마구 쏟아내고는 면세품점에 들러 담배 한 보루나 화장품 한 통을 사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뭍으로 휘리릭 사라진다. 우리가 쏟아낸 쓰레기들은 제주도에서 나가지 못하고 때때로 동남아로 수출한다. 제주도는 우리 안의 욕망을 끄집어내어 만들고 들여다보게 만든 곳이 되었다.

 

제주도에 머무른 사흘 동안 제주도가 아팠다. 첫날 먹은 음식에 체해서 이튿날까지 옴짝달싹하기 힘들었다. 이틀 만에 몸을 추스르고 숙소 언저리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에서 안도 타다오를 만났다. 나는 안도 타다오를 알지 못했다. 이름이야 들었겠지만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그가 만들었다는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는 섭지코지 바닷가에 고요히 앉아 있었다. 글라스하우스에 들어 있는 지포박물관이나 지니어스 로사이에 들어 있는 유민아르누보미술관에 일부러 들어가지 않았다. 바람에 몸을 싣고 소리에 귀를 담아 고요히 천천히 걸었다. 지니어스 로사이가 들어선 장소는 제주도 마을굿당이 있던 땅 아래이다. 굿당 아래로 흘러들어 가듯이 이어진 길은 동굴, 고래배, 미로를 거쳐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안도 타다오를 알고 싶어졌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작품은 건축가 정기용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일하고 꿈꾸는 곳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은 건축가 정기용의 작품이다. 민주항쟁기념관은 건너 쪽 산 위에 앉은 중앙공원 충혼탑을 바라보며 마주 앉아 있다. 충혼탑은 한국근대건축가 1세대인 김중업의 작품이다. 김중업은 김수근과 함께 한국근대건축의 바탕을 만든 이다. 김중업의 충혼탑은 숭고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언저리를 억누르며 우뚝 솟아, 때론 산 위에 뜬금없이 선 좆대가리 같기도 하다. 곳곳에 세워진 기념비들은 어금버금 비슷한 꼴이다. 저마다 기념을 하겠다고 언덕마다 우뚝우뚝 세우고 있는 좆대가리를 상상해보며 혼자서 키득거린다. 상상해야 민주한다. 나는 좀 더 불온하고 야해지고 싶다.

 

정기용의 민주공원(민주항쟁관) 건축은 말하는 건축이다. 건축이 제 스스로 제 말을 하는 건축이다. 기념비를 바라보는 건축이 아니고, 안으로 들어가서 건축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그리는 건축이다. 나는 정기용의 이야기를 잘 들려주는 안내자인가? 정기용의 이야기와 방문자의 이야기를 잘 만나게 하는 안내자인가? 묻는다. 정기용은 대장암 판정 이후 지니어스 로사이(유민미술관)에서 그의 건축세계를 담은 전시회를 열었다. 그를 다룬 다큐영화 <말하는 건축가>(정재은, 2012)를 아직 보지 못했다. 정기용이 살아 있을 때 안도 타다오의 공간에서 전시회를 연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세상은 알게 모르게 이어져 있다. 여기 아궁이 군불을 때면 저기 아궁이 밥이 끓는다. 우리는 이어져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 중앙공원 충혼탑,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의 사진을 싣지 않는다. 가까이 오시어 눈으로 마음으로 만나고 견주기 바란다. 곳곳에서 그대와 나는 눈길을 섞는다. 그대와 나는 이어져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이제 그대를 만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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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라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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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제단(제주마을굿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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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니어스 로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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