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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라는 신화 - 자연은 자연적인가? (2)_수림(修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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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6-14 21:14 조회1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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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분석철학과 자연주의

 

1.21 분석과 자연화 프로그램

 

1.211 논리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와 분석철학

 

  분석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사에서는 일반적으로 프레게, 러셀, 카르납, 비트겐슈타인 이후의 반형이상학적, 수리과학적 세계관과의 친화성, 개념적-언어적 분석 학풍을 계승한 철학적 연구 공동체를 분석철학으로 묶어 설명해왔다. 하지만 모든 분석철학자들을 관통 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공통된 특징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분석철학은 일단 ‘분석’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분석’이라는 개념에 대한 태도는 철학자들 마다 다르며 심지어 ‘분석’ 자체를 배제하는 스타일의 분석철학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철학의 외부에서 보기에 분석철학자들의 작업은 과거 ‘논리 실증주의자’들이 했던 작업의 연속선 상에 놓여 있다고 빈번히 간주 된다. 

  분석철학자들의 다종다양한 작업물들(분석 형이상학, 반실재론, 상대주의, 체험주의, 분석적 심리철학, 창발론, 논리철학, 분석 미학, 분석적 헤겔주의)을 생각해볼 때 서로 간의 연속성보다 불연속성이 나타 나지만 이들의 스타일은 분명 유럽철학과는 상이하다. 이 가족유사성의 원형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을까? 왜 여전히 현대 분석철학은 논리실증주의와 유사한 모습으로 간주 될까? 분석철학은 ‘분석의 궁극적 단위 존재자’를 상정하고 있나? 

  현대 분석철학은 20세기 초중반의 학풍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며(때론 제거하며) 탐구 장르를 확장해왔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이질성만 돋보인다. 하지만 분석철학과 자연주의가 서로 어떤 함의 관계를 가지는 지, 내적 연관성이 있는 지, 있다면 우연적인 지, 필연적인 지 등을 판단 하기 위해서는 양자가 심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존재론적, 인식론적, 방법론적 틀을 살펴 보아야 한다. 먼저 논리실증주의에 대해 살펴보자. 

  초기 분석철학자들은 비엔나 학파의 영향으로 흔히 논리 실증주의자들이라고 불렸다. 20세기 초 분석철학계에서 논리 실증주의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운동은 여러 동기들에 의해서 발생했다. 첫 번째는 문장의 의미가 참과 거짓을 판정하는 검증 시스템에 의존적이며 어쩌면 검증이 곧 의미라는 생각이다. 두 번 째는 기존 형이상학에 대한 반동이다. 대부분의 철학적 문제들은 그들이 만든 검증규칙을 따를 때 ‘진짜 문제’가 아니라 ‘개념적 혼란’이 야기한 ‘가짜 문제’라는 발상이다. 언어 분석을 통해 교정하면 철학적 문제를 해결 혹은 해소 할 수 있다고 간주했다. 그리고 세 번 째는 데카르트적 구도에 대한 반성이다. 

  데카르트는 방법론적 회의주의를 통해 마침내 의심 불가능한 자아에 도달 했지만 그는 심신 이원론이라는 치명적인 철학적 질병을 후대에 남겼다. 논리 실증주의자들은 데카르트의 ‘자아’ 개념을 극복하고 싶어했다. 데카르트의 심성이론에 따르면 마음의 본질은 주관적이며 사적이다. 의식의 담지자에게는 감각, 정서, 사유, 추론이 직접적으로 인지적 접근이 가능하지만 타자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심성 개념에 근거 하면 인간이 어떻게 ‘통증’이라는 말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지, 통증에 대해 언어적으로 전달 하고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지 알 수 없다. 논리실증주의자들은 인간의 심적 상태에 대한 표현들이 당사자만 접근 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사적 내면의 사건, 상태가 아니라 공적으로 접근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조건과 사실로 해석하려고 했다. 그들은 심적 상태(통증과 같은)에 관한 모든 진술들이 의미의 상실 없이 관찰 가능한 행동(공적 관찰이 가능한 물리적 서술)에 관한 사실들에 준거해서 설명된다고 생각했다. 

 

검증규칙, 검증규칙은 검증 가능한가?

  논리실증주의는 철학적 문제들이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문제들로 번역 가능해야 하며 어떠한 현상들(기억, 감정, 인격, 사회 등)도 자연과학에서 밝혀낸 진리들로 설명 가능하다고 간주한다. 이들은 유의미한 문제와 사이비 문제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검증 규칙>이라는 것을 고안해낸다. ‘검증주의적 의미 기준’이란 무엇일까? 유의미한 진술의 의미(meaning)는 그 진술이 참이 되기 위해서 검증되어야 하는 조건들과 동일하다는 이론이다. 어떤 문장이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그 문장이 진리치를 가져야 한다고 이들은 생각했다. (대부분의 분석철학자들은 더 이상 의미가 검증 조건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검증규칙을 통과 할 수 있는 문장은 경험적으로 확증-반증이 가능한 문장 뿐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하이데거의 ‘무는 스스로 무화한다’는 언명이나, 신 존재에 대한 논증, 마음과 세계의 관계에 대한 이론, 우주의 기원에 대한 서술 등은 무의미하다. 

  논리 실증주의자들은 과학적 세계관에 대치되는 이론들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토끼의 뿔’이나 ‘거북이의 털’에 대해서 서술하는 것과 같이 틀릴 수 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사이비 문제(존재하지 않는)이기 때문에 참-거짓 판정이 불가능하다. 논리실증주의에 의하면 문장이 진리치를 가지는 것은 두가지 경우 뿐이다. 하나는 선험적인 것으로서 집합론과 논리학의 항진 명제들(A=A)과 같이 업데이트 되는 정보와 무관한 경우이다.(분석명제) 다른 하나는 과학적 관찰에 의해서 확증되거나 반증될 수 있는 경우이다.(종합명제) 이들은 철학적 문제들이 과학적 문제들로 해결되기를 소망했다. 심리학, 역사학, 문화학, 사회학에서 발견되는 문제들도 물리학의 언어로 기술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에 따르면 분석의 과정이 한없이 길어지겠지만 결국 모든 언명들은 물리학으로 환원 될 것이다. 고로 논리 실증주의에게 있어 유일한 지식 확장의 길은 자연과학적 탐구이며 이런 맥락에서 실증주의자들에게 있어 자연주의는 도그마였다.

 

  하지만 검증규칙은 뒤뚱 거리며 스스로를 함정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다. ‘분석명제와 종합명제만이 유의미하다.’는 진술 즉, 검증원리는 분석명제일까, 종합명제일까? ‘총각은 미혼 남성이다’와 같이 동어반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분석명제로 간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경험 과학적 테스트로부터 열려 있는  문장인가? 검증규칙이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하다면, 내용과 진리치가 수정 가능할 것인데 일종의 선험적 공리가 경험에 의해 수정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이 진술이 경험적으로 검증 될 수 없다면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이비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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