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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부산 : 2014 ~ 지금_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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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1-02 10:26 조회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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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8.11.02 에세이

수영, 부산 : 2014 ~ 지금

현 수

 

 

나는 지금 수영에 살고 있다. 언제까지 현재진행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수영에 산다는 게, 주소 상으로는 광안동이지만 내 집과 광안리 바닷가까지의 거리보다는 수영교차로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서 그러하다. 동네에 워낙 유명한 지명이 두 개나 있어서 그러하다. 수영은 동래와 더불어 역사도 깊고, 문화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과는 약간 다른 부분에 눈을 주고자 한다.

2014년에 이 동네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수영교차로는 살짝 낡은 느낌이 나는 중장년층들의 번화가였다. 한국의 경기와 더불어 부산의 경기 역시 해가 멀다하고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곱창골목도 그렇고 대체로 가게들이 오래된 느낌인데다 뜬금없이 맥양집이 늘어선 골목도 보였다. 골목길에서는 초로의 노인 내지는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만이 보였다. 부산에서는 해마다 청년들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터인가 점차로 청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로, 수영강 건너 센텀시티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들어서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세가 저렴하고 먹거리가 많은 수영으로 젊은 층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곳곳에 원룸이 들어서고, 수영교차로에는 깔끔한 인테리어를 한 새로운 주점과 상가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깔끔한 커피숍이 생겨나고, 골목과 동네 슈퍼에서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다던가. 마침 그러한 시점에 수영구에서는 문화와 인문학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인근 수영동에서는 수영성문화마을이라는 마을 사업이 추진되었다. 그 너머 망미에는 곧 비콘이 들어설 예정이고, 망미단길이 이름을 뽐내고 있다. 과거 고려제강이었던 공장 건물은 F1963이라고 하는, 부산에서 보기 드문 규모와 성격을 지닌 문화센터로 탈바꿈을 했다.

나는 지역의 발전이라는 걸 체감하지 못하면서 늘 살아왔다. 평범한 세상에서 알박기를 해 나가는 것조차 버거워하면서. 살면서 부산 안에서만 다섯 동네에서 살았고, 스무 살이 된 이래 이사를 열한 번이나 했다. 나처럼 직업을 찾아 부유하듯 옮겨다니는 청년들을 노마드라고 혼자 칭하면서, 부산에서 이러한 청년들의 삶이 힘겨우리라 생각했다.

실제 청년들의 삶이 어떨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생활이 녹록치 않다 하여 내가 늘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지 않는 것처럼. 저들의 속에 무엇이 들었을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굳이 나로 미루어 타인의 표정 아래 그늘 운운할 필요는 없다. 동네에 활기가 돌고, 스러져 가는 건물이 새 단장을 하고, 아이를 위한 옷집이 생겨나고, 작고 소탈한 밥집이 들어서는 그러한 변화들을 지금의 나는 반기고자 한다.

침체된 도시는 그 비어 감을 서글퍼 하고 발전하는 도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앓는 우스꽝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으니 어쩌면 이러한 변화가 또 어떠한 문제를 낳을지는 차차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오지 않은 미래를 가정하기보다는 지금을 즐기기로 한다. 그리고 지금의 수영은, 한 마디로 말해 딱 보기 좋다.

 

나는 부산을 사랑한다. 부산이 특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애정의 원천이 꼭 특별함만은 아니다. 동래편에서 언급했듯 나는 내가 사는 곳에 정을 붙이고 사는 유형이다. 정을 붙이고 산다는 건 나쁜 건 나쁜 거라 욕도 해 보고 좋은 건 좋은 거라 자랑하는 게 아니겠는가. 기실 내가 부산을 사랑하는 이유는, ‘지금부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애정에는 더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렇게 부산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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