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민예총은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부산의 예술인 단체입니다.

글빨

글빨

  • HOME
  • 글빨
  • 글빨

본 만큼에서 느낀 만큼까지_이인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0-11 13:43 조회501회 댓글0건

본문

글빨 18.10.11 칼럼

본 만큼에서 느낀 만큼까지

이인우(사진 노동자)

 

 

어떻게 하면 사진 잘 찍을 수 있어요?”

사진에 관심 있는 초보자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말이다. 그때마다 명확히 대답을 해준 적이 거의 없다. 전시회 등에서 특정 사진을 두고 어떻게 찍었냐고 묻는다면 훨씬 대답이 수월하다. 사진 찍는 건 늘 어렵고, 잘 찍고 싶은 욕심은 언제나 감출 수 없다. 직업으로 사진을 찍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저 질문을 받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말로 힘들면 글로 써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사진 초보자들을 위한 저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답을 준비해보았다.

 

처음 카메라를 든 사람들에게는 지금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찍어내라고 말하고 싶다. 파란 바다를 파랗게, 붉은 하늘을 붉게 찍는 것. 하지만 카메라라는 기계는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 기계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노출을 어느 정도 설정해야 현재 보이는 그대로 찍을 수 있을지, 스스로 익혀야만 한다.

사람들이 같이 자리에 서 있다 하더라도, 보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찍는 것도 다르다. 여기서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건, 논외로 하고자 한다. 언젠가 미학에 대한 얘기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나 할, 긴 얘기라서 그렇다.

누군가는 이 단계에서 어렵다는 말로 카메라를 놓는다. 지금 책장 어딘가에, 장롱 어딘가에 먼지가 쌓이고 있는 카메라들이 그렇다. 혹은 목적과 달리 장비를 구입하고 썩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태어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샀는데, 집에서 찍으면 너무 어둡게 나와서 잘 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그때는 렌즈를 바꾸기를 추천한다. 렌즈 회사들은 렌즈 하나로 모든 걸 찍을 수 있게 하지 않는다. 그런 렌즈를 만들 능력이 충분히 있어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것만 사고 다른 렌즈를 사지 않으니,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단계를 거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때부터가 본격적으로 사진에 빠지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비를 조금 더 보완하고 나니, 어느 순간이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나르시시즘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조금만 더 지나면 대부분은 그랬던 자신이 부끄러워지겠지만.

 

그 다음에 말하고 싶은 것이 느낀 만큼찍어보라는 것이다. 똑같은 나무를 보고도, 똑같은 골목에 서 있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사진을 찍고 있겠는가. 이제 보는 만큼이 아니라 본 것 속에서 느낀 만큼을 사진에 담아내는 게 필요하다.

그러니 이때부터는 제발 우르르 몰려다니며 똑같은 것 찍으러 다니지 말기 바란다. 해외에서조차 수십 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셔터를 눌러대는 꼴을 보면 너무 우습다.

본 만큼 찍은 사진과 느낀 만큼 찍은 사진에는 작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감동은 그 작은 차이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노인의 뒷모습을 찍는다고 하자. 본 만큼 찍을 때는 - 그것 역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므로 - 그 노인의 숙인 고개를, 발뒤꿈치를, 아니면 걸음걸이를 찍곤 할 것이다.

반면 느낀 만큼 찍는 경우,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게 된다. 혹자는 그 노인의 시선을 생각해서 찍을 수도 있고, 혹자는 그 노인의 삶의 무게를 떠올리면서 찍을 수도 있다. 그 순간 자신의 감정, 또는 가치관을 사진에 담을 수도 있고, 교과서적 구도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물론 느낀 만큼 담아낸다 하여, 첫 단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너무 자의적인 사진들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찍은 후 추상 예술이라고 떠들지는 모르겠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비난을 하지도 않겠지만, 사진 초보자들에게 미리부터 추천하고 싶은 태도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구도에 대한 언급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구도는 항상 주제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사람의 시선 방향을 열어두는 구도가 그렇지 않은 구도보다 나은 구도라고 말한다.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사진의 주제가 답답함이라고 한다면 그 구도보다는 반대의 구도가 더 적합하다. 즉 주제에 따라 그 구도가 좋은 구도인지 나쁜 구도인지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진 초보자가 고민해야 하는 구도라는 것은 당신이 지금 찍고 있는 사진의 주제에 당신의 프레임이 얼마나 적합한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느낀 만큼 담고자 할 때 이 부분이 가장 힘들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찍어야 극복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기 바란다.

 

, 나도 사진 잘 찍고 싶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