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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 2013-2014 2_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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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9-18 12:58 조회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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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 2013-2014 1"에서 받음

 

 

 

동래는 커다란 유흥가를 두고 동쪽으로 나가면 빈촌, 큰 길을 남쪽으로 건너면 아파트촌, 서쪽으로 건너면 내가 사는 주택가가 나온다. 계획도시가 아니기에 도로도 블록도 엉망인 부산에서, 이렇게 선명하게 지역이 나누어지는 모습을 본다는 게 일견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고작 1년 반 정도 살았던 처지로 동래의 이런 면면에 대해 면밀히 분석할 입장은 못 되는 듯하다. 그저 혼자 생각하기로, 어쩌면 저렇게 구역이 나누어지면서 비슷한 것들끼리 밀집하게 되는 것은 도시의 본질적인 속성은 아닐까. 문현동이 독특했던 건 그런 규칙을 파괴하는 난개발의 자취 때문이었다면, 동래는 그보다는 도시로서의 부산을 그대로 상징하는 듯하다.

이곳으로 이사했던 그맘때의 내가 용호동에서 다 잃고 근근이 버티다 마침내 영업사원으로 취직하여 사직3동으로 이사를 가서 본 것은 동래, 그리고 숨 쉴 구멍을 찾아 퍼져나가던 내 방의 곰팡이였다. 다른 곳에 집을 두고 화려하게 치장해 놀러 온 이방인으로 가득한 명륜동과, 사는 사람들조차 길에서 쉬이 보이지 않는 복천동과, 불 꺼진 어두운 골목길 한가운데에서 내게 손짓을 하는 성매매 피해여성이 뇌리에 박힌 온천3동과, 그리고 내가 살았던 사직3. 그 모든 분리와 이질감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나는 그걸 한 마디로 생존이라 정의한다. 문현동 난개발도 기실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유사한 것들이 모여서 밀집된 구역을 형성하는 것이나, 맞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티는 것이나, 모두 다 생존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동래도, 남포동도, 역사적으로도 생존이 테마였던 부산이었음을 생각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짧게 살았던 저 2층집에는 사실 곰팡이가 많았다. 큰 방 벽에 떡하니 구멍처럼 붙어 있었던 곰팡이말고도, 작은 방으로 가 장판을 들추면 바닥에서부터 장판이 덮인 그 선 바로 아래까지 새카맣게 피어오른 곰팡이들을 볼 수 있었다. 곰팡이가 많은 집에 살면 기관지가 안 좋다고 하는데, 나는 원래부터 기관지가 안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딱히 곰팡이들 때문에 나빠졌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른 집으로 가려고 한들 딱히 돈이 없는 나로서 다시 이사를 갈 것도 아니었고, 졸지에 그 숨어 있는 녀석들과 공생을 했다. 1년 반이 지나고 내가 그 집을 떠나자 집주인은 집을 다 리모델링했다. 벽지도 갈고, 바닥 장판도 바꾸고, 창틀도 새로 해 넣었다. 그 많던 곰팡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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