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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크다 큰 것은 슬프다 슬픈 것들은 꿈을 꾼다_손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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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9-05 13:48 조회3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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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8.09.06 칼럼

고래는 크다 큰 것은 슬프다 슬픈 것들은 꿈을 꾼다

손재서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두 말 할 것 없이 고래다. 그중에서도 대왕고래라고 불리는 흰수염고래는 그 크기가 33m에 이른다고 하니 20m쯤 되는 지하철 1량보다도 큰 크기를 자랑한다.

이런 흰수염고래의 크기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들이 여럿 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이런 식이다. 심장이 자동차만 하다. 혀 위에 코끼리를 올려놓을 수 있다. 흰수염고래의 혈관은 소방호스 정도의 굵기이며,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은 사람이 기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어째서 흰수염고래는 이렇게 큰 몸집으로 진화했을까? 다른 포식자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단순히 몸집이 크다보니 많이 먹게 되고, 많이 먹다보니 더욱 크게 진화한 것일까?

진화생물학은 여기에 대해서 신진대사율이 원인이었다는 답을 내어놓는다.

 

신진대사율이란 단위질량당 소비되는 에너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후 찾아보는 유튜브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체지방지수와 함께 등장하는 그 신진대사율이 맞다. 체지방지수가 높은 사람은 같은 음식을 먹어도 신진대사율이 낮아서 지방으로 축적되는 칼로리가 높고, 근육량이 많은 사람은 신진대사율이 높아서 살이 찌지 않는다는 빈익빈부익부 악마의 고리 신진대사율. 그런데 이게 흰수염고래가 큰 거랑 무슨 상관인가? 상관이 있다.

커다란 몸을 유지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먹이를 저장할 능력이 충분해야 하고, 또 한 가지는 많은 먹이를 빠르게 소화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흰수염고래의 경우 신진대사율은 몸집이 1만큼 불어날 때 불과 0.75정도씩 불어난다. 다시 말해 몸집이 크면 클수록 에너지를 저장하는 능력은 더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흰수염고래는 장시간 먹이를 먹지 않고, 어떤 때에는 몸집이 작은 고래보다도 더 적은 칼로리를 소비하며 먹이를 찾아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 실제로 흰수염고래가 크릴새우를 찾아 움직이는 이동반경은 수천 km에 이른다고 한다. 수신기를 부착한 흰수염고래가 오늘 캘리포니아만에서 발견되었다면 사흘 후에는 북극해에서 신호가 잡히는 식이다.

몸집이 커져서 신진대사율이 낮다는 것은 양질의 고칼로리 음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범고래처럼 다른 고래들을 공격하지 않고 크릴새우만으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흰수염고래들은 온순하다.

 

온순한 것들은 꿈을 꾼다. 흰수염고래는 크릴새우를 가득 먹고 나면 큰 숨을 한 번 쉰 후 물속으로 들어가 며칠씩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20세기 중반까지 흰수염고래들은 몸을 가득 채운 지방과 그 지방으로 인한 온순함으로 인간들의 표적이 되어 멸종위기에 이를 때까지 사냥되었다.

고래들은 모계사회를 이루며 살아간다. 이 사회에서는 특이하게도 할머니가 중심이 되어 무리를 이룬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암컷의 경우 생식능력이 사라지는 폐경이후 수명을 다하는데 고래와 코끼리, 일부 영장류만이 폐경 이후에도 오랫동안 살아남는다고 한다. 이런 사회에서 할머니 고래들은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문화를 후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른바 문화는 할머니로부터 시작된다는 할머니가설이다. 하지만 고래들은 이 문화로 인해 인간으로부터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20세기 포경산업에서 대형고래를 포획하는 방법은 새끼고래를 먼저 잡아들이는 형태로 발전되었다. 어른 고래의 경우 그 크기로 인해 당시 포경선으로써는 배가 전복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다 보니 그나마 안전한 방법으로 고안해낸 것이 새끼를 잡는 것이었다. 고래는 문화를 지닌 종족의 특성상 새끼가 잡히면 그 가족들은 새끼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몇날 며칠을 새끼 주변을 떠돌다 얌전히 심장을 내어놓고는 란스(포경용 작살의 한 종류. 카드의 스페이드 무늬가 란스를 본 딴 모양이다. 큐피트의 화살촉처럼 끝이 하트모양으로 생겼다) 한 방에 꿰뚫린 채 장렬히 꽃을 피운다. 포경선원들은 선천적으로 혈우병인 고래가 멈추지 않고 피를 뿜는 것을 꽃이 핀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잔인하고 슬픈 비유가 또 있을까?

 

고래는 포유류이다. 이것은 고래가 공기로 숨을 쉬어야 한다는 태생적 약점이 있다는 의미이다. 요즘도 한 번씩 인터넷에서 호주 해변이나 캘리포니아 해변, 노르웨이 해변 등에 고래들이 떼로 스트랜딩(좌초)한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래가 숨을 쉬기 힘들만큼 병이 들었거나 무언가에 쫓길 때면 편히 숨을 쉬기 위해서 육지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바다로 돌아가는 고래도 있지만 이 경우는 극히 일부이다. 대부분의 고래는 좌초한 경우 다시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다. 고래들이 좌초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자살설, 지구자기장 변화설, 잠수함 소나의 소음설 등 다양한 이유로 고래들은 좌초한다. 이 때 고래들은 서서히 죽어가게 되는데 사인은 뜻밖에도 골절사이다. 바다 속에서 부력에 의지해 키워왔던 몸집을 척추가 이기지 못하고 중력에 의해 무너지는 것이다.

 

고래는 바다의 로또라고 불린다. 밍크고래 한 마리의 가격이 5천만 원에서 1억 원을 호가한다니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문제는 국제법상으로 포경이 금지되어서 포획된 고래에 작살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 배의 선장부터 선원들까지 줄줄이 감옥행을 면치 못한다는데 있다. 인간들은 이 때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고래를 잡는 방법을 이용한다. 바로 고래를 그물에 엮어 떠오르지 못하도록 익사시키는 것이다. 그물을 던져 고래를 사냥한 후 추를 달아 바다 속에 방치한 후 며칠 뒤 그 자리에 가서 건져오는 식으로 혼획을 빙자한 고래사냥을 하고, 인간은 그 고래고기를 포식하는 문화를 즐긴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집권 이후 바다 속에서 조용히 빼앗긴 꿈을 키워가던 민주주의는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흰수염고래의 도약처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시민들의 참여를 자양분으로 시민사회가 몸집을 불리기도 했다. 이제 육지에 닻을 내린 이들은 적폐들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시민들에게 돌려주려 노력하고 있다.

이때 뭍으로 올라선 사람들에게 육지의 자유로운 호흡에는 중력의 무게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때늦지 않게 일깨워줄 이들이 필요하다. 당신들이 향해야 할 길은 저 높은 산봉우리가 아니라 바다 속에서 함께 그려보던 그 꿈길임을 기억해 줄 이들이 필요하다. 이들은 외롭고 깊고 쓸쓸한 바다 속에서 새 세상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 속에 있다. 예술은 이곳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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