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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과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2_손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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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7-23 14:11 조회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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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8.07.25 칼럼

밈과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2

손재서

 

 

若言琴上有琴聲 만약 거문고 안에 소리가 있다면

放在匣中何不鳴 갑 속에 있을 때는 왜 소리가 없으며,

若言聲在指頭上 만약 소리가 손가락 끝에 있다면

何不於君指上聽 어찌하여 그대의 손끝에선 들리지 않나

 

소동파의 칠언절구이다. 이 시는 밈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거문고라는 악기에도, 연주하는 이의 손가락 끝에도, 거문고 소리는 없다. 과연 거문고 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거문고 소리는 하나의 밈이다. 스승의 거문고 소리가 제자의 두뇌 사용시간을 획득할 만큼 아름답다면 그 밈은 제자에게 복제된다. 이 때 소리는 악보에 기록된 대로, 혹은 녹음기에 기록되어 재생되는 그대로 복제되지 않는다. 훌라후프를 돌리는 사람이 훌라후프의 밈이 아니듯 스승도 제자도 거문고 소리라는 밈의 이동 수단이지 밈 자체는 아니다.

스승은 자신과 관련된 수많은 밈풀 속에서 자신의 소리를 단련시켜온 사람이다. 인간의 의식은 수많은 밈들이 존재하는 자아라고 하는 밈플렉스이다. 스승의 소리를 받아들이는 제자도 하나의 밈플렉스를 이루고 있다. 제자는 자아의 밈플렉스와 만나는(충돌하는) 스승의 소리를 받아들이고, 자아의 밈플렉스 속에서 소리를 단련시켜 갈 것이다.

전통예술의 전승과정에서 스승의 밈은 제자가 가진 고유의 밈플렉스와 충돌한다. 하여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제자들도 각자 다른 소리를 낸다. 이것을 두고 누구의 소리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느 제자의 소리가 살아남는가이다. 보편적인 정답이라면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제자가 살아남는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전통예술의 전승과정에서 연습은 스승의 밈을 자아의 밈플렉스와 충돌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수련과정에서는 연습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는 공연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 공연은 자신이 갈고 닦은 밈이 관객의 자아 밈플렉스(그리고 관객집단의 거대자아 밈플렉스)에 복제(이식)되는 과정이다. 즉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복잡한 밈플렉스를 뚫고 복제되고 안착되어 관객의 두뇌에서 사용시간과 뇌파의 파장대역을 얻어내는(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제의이다. 수련과정에서 전승자들은 공연을 통해 관객의 밈플렉스와 자신이 만들어낸 밈을 충돌시키고, 받아들여진 부분을 확대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을 다듬는 연습을 통해 다시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일을 반복한다. 이러한 수련과정이 정확히 정착되었을 때 수련자들은 자신의 문화전승 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여긴다. 혹시 이 때 스승이 제자에게 복제가 아닌 완벽한 복사를 강요한다면, 밈이 아닌 조직이 복제를 통제한다면, 나아가 문화와 동떨어진 외풍이 복제를 관리하려 한다면 수련자들은 문화전승의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문화는 하나의 밈이다. 밈은 자신이 복제되기에 안전한 환경을 찾아 모여든다.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단체는 밈이 안전하게 복제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밈이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는 밈을 전승하는 단체도 조직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다음은 한 조직이 와해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예이다.

 

미니트맨 미사일리어란 미니트맨,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미공군 소속 요원들을 일컫는 용어이다. 이 미사일은 높이 18미터에 무게는 약 35톤으로 시속 25천 킬로미터로 날아가 30분 이내에 지구상 어떤 지점이든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폭발력 면에서도 히로시마 원폭의 20배가 넘는다. 이런 막중한 업무환경 탓에 미사일리어들의 조직체계는 컴퓨터의 부품처럼 정확하고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냉전이후 이 부대에서는 핵미사일이 공군비행장 활주로에 무방비로 방치되거나, 사격훈련을 위해 출격하는 전투기에 훈련용 탄두가 아닌 실제 핵탄두가 실리는 등의 심각한 군기 위반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무엇이 이들의 업무능력을 저하시킨 것일까?

냉전시대 이들은 조종사들만큼이나 미국의 방어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목표를 위해 훈련해야 했고, 그들의 경력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그들은 50년간 변하지 않는 축축한 지하벙커에서 일하며, 보안을 이유로 다른 부대로 옮길 수도 없으며,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이 120페이지가 넘는 매뉴얼을 기계처럼 정확히 이행해야한다.

이들은 사회와 고립되어 모든 연결신호가 차단되었고 따라서 미래도 사라져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무기를 지키기 위해 이들 삶의 안전장치들은 모두 해제되어 버렸고, 이젠 세계의 안전장치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그 독특함을 자랑할 수 있고, 수천 년의 명맥을 끈질기게 이어온 소중한 자산이다. 이 전통문화라는 밈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의 문화전승 시스템은 안전한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중하다고 여겨서 조직을 만들어 관리하지만, 나는 그 조직에 몸담고 싶지 않은 구조이지는 않은가?

문화는 밈이다. 밈은 스스로를 복제하는 문화적 유전자이다. 밈은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복제하는 것 외에는 어떤 메시지도 갖지 않는다. 그저 복제에 능한 복제자만이 번성을 누린다. 우리 전통문화는 복제에 능한 복제자가 안전하게 전통문화를 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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