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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둠 한 토막을 들어내…_권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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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5-11 17:30 조회1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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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05.12 칼럼

세상의 어둠 한 토막을 들어내

권오민

 

 

이른 새벽 알람소리에 맞춰 눈을 뜬다.

어두컴컴한 새벽녘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남포동으로 향한다. 오늘은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가는 날이다. 백화점 입구를 들어서기 전 담배를 입에 문다. 더 나은 청년의 삶을 위해서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며 회원들을 만나고 서면에서 대학로에서 청춘들을 만나던 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오늘 저 문을 넘어서면 나는 그저 일용직 노동자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던 대학시절, 나는 입학과 동시에 학교의 등록금 인상 설명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작은 세상을 보았다.

7.8%라는 사상최대의 등록금 인상에 학생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누구도 학생들의 의견을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내 앞에 놓인 부조리한 상황에 순응하고 싶지 않았다. 함께 힘을 합쳐 부조리한 현실을 깨부수고 싶었다.

 

입구에 들어서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아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페이스북을 뒤적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현장이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잡담은 금지다. 일하는 동안은 스마트폰을 확인할 수 없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치기 위해 우린 그 순간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 한다.

 

대학 중간고사가 한참이던 지난 425, 시의회에서 청년일자리지원조례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로 시험공부로 바쁜 오후 2. 청년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시의회. 청년들이 참석할 수 없는 공청회. 공청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과연 장시간,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애쓰는 헬조선 청년들의 삶을 이해할까? 아니 진정 우리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옷이 가득 담긴 수많은 박스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이미 작업을 하고 있는 동료들. 미안한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업장소로 향한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의 업무는 박스채로 포장되어 온 옷가지를 종류별로 정리하고, 달러로 표시된 가격태그에 원화 스티커를 붙이는 단순 반복 노동이다. 백화점 오픈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낮은 테이블 앞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선 우리, 허리가 아프다. 기계처럼 반복되는 작업, 휘날리는 먼지. 그 먼지 사이로 궁금증이 날아든다.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528,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날이었던 그날. 구의역에서 한 청년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청년의 가방 속에 든 컵라면이 나무젓가락이 그의 유품이 되었다. 그 청년의 생일은 529일이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컵라면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19살 청년, 많은 사람들이 구의역을 찾았다. 그리고 함께 추모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주어진 시간 안에 겨우 일을 마쳤다. 작업을 위해 펼쳐 논 도구들을 정리하고 피팅룸으로 향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모두들 일제히 자신의 가방을 연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가방 속을 보여준다. 우리가 옷을 훔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집으로 갈 수 있다. 누군가는 갑이 되고, 누군가는 을이 되는 세상. 그러나 저들도 우리와 같은 노동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백화점 입구로 내려가 방문증을 반납하면 신분증을 돌려받는다. 출구를 나서면서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인사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서로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각자 갈 길을 간다. 누군가는 집으로, 누군가는 학교로, 누군가는 도서관으로, 누군가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한다. 우리는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지난 325, 부산의 청년단체들과 함께 랄랄라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모여 청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와 정책이 필요할지 함께 토론하는 자리였다. 그날, 청년들이 투표로 정한 정책의 순위는 아래와 같다.

1. 청년 안식년제도 도입

2. 모든 청년에게 일괄 지급 하는 청년 배당금 제도 도입

3.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최저임금 1만원

4. 선거법 개편(선거권 만18, 교육감선거권 만15, 피선거권 만18)

5. 대학교육제도 개편 (공동 학위제 도입 / 대학서열 없애기 / 현행 전공제도 폐지 후 본인이 스스로 커리큘럼 만들어 학위를 인정받는 제도로 개편)

6. 청년 주거 안정 정책 도입(빈집을 청년에게 / 청년 행복주택 확대 / 저렴한 기숙사 확대)

치열한 경쟁, 학교-학원-아르바이트-도서관-집으로 무한 반복되는 지옥 같은 삶.

청년들에게 진정한 안식은 무엇일까?

 

피곤을 등에 업은 채 사무실로 향한다. 버스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버스에 오른다. 흔들리는 버스, 함께 흔들리는 사람들. 그 가운데 내가 서 있다. 그 속에서 스스로 다짐한다.

나는 청년 활동가이다.’

우리는 흔들리는 삶속에서 함께 손을 잡아나간다. 그리고 희망을 찾아 나선다. 역사로 기억될 1700만의 촛불대장정.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며 거리로 나섰다. 촛불은 횃불이 되었고, 희망의 씨앗이 되었다. 각자의 공간에서 작은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던 우리가 거리에서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동지가 되었다.

흔들리는 버스 안은 나의 동지들로 가득하다. 희망이 가득하다. 오늘도 더 나은 대한민국을 꿈꾸며 만날 청년들을 생각하니 설렘이 가득하다. 버스를 내려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씩 다시 가벼워진다. 걷는 동안, 버스에서 흘러나오던 라디오 뉴스의 한 토막이 머릿속을 맴돈다.

 

청년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 힘이 넘치는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요. 그런데 연관검색어라곤 죄다 대조적인 것뿐이에요. 청년 실업률, N포세대, 열정페이우리 사회는 청년에게 포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혼자이길 강요하고그렇지만 아직 사람과 공동체를 귀하게 여길 줄 알고,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어요. 그들이 있기에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을 거예요.”

 

 

- 2030 청년 공동체!

세상을 바꾸는 부산청년공동체 파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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