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민예총은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부산의 예술인 단체입니다.

글빨

글빨

  • HOME
  • 글빨
  • 글빨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Ex Libris: New York Public Library>를 보고_김가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10-24 17:11 조회85회 댓글0건

본문

글빨 17.10.24 비평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Ex Libris: New York Public Library>를 보고

김가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서관이라는 장소는 특별하다. 밑줄 긋는 남자를 만나는 곳도 러브레터가 시작된 곳도 도서관이다. 지금의 자신을 형성한 책 한권이 학급문고에서 시작했다면,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이 아니라도 어떤 장소에서 궁금증을 풀어간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가 또 한 번 당신에게 도서관이 되고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프레더릭 와이즈먼은 <내셔널 갤러리>,<권투도장> 그리고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등 나와 멀리 있는 곳에서 시작해서 그 공간에서 파생되는 모든 일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그 장소의 방식들, 고민들을 자연스레 내 자리로 가져오게 한다. 와이즈먼이 보여 주는 것은 장소나 소재의 특수성이 아니다. ‘장소라고 불리는 곳에 깃든 감정과 생각과 노력들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다큐멘터리는 정신병원 같은 공공기관이나 예술기관, 소도시 권투도장 등 다양한 기관들을 조명해왔다. 일관된 것은 기관에서 벌어지는 진실을 파헤치는 쾌감이나 결정적 순간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대가 있으면 배우 뿐 아니라 그 뒤의 대기실이나 청소하는 사람 등을 동등한 구성물로 배치함으로서 점점이 있던 메커니즘의 진실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뉴욕 공립도서관과 13개 분관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서고, 사서, 교육자들이다. 영화에서는 그뿐만 아니라 도서관 잔디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도서관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책을 분류하는 사람들, 고문서를 촬영, 스캔하는 사람들, 전화상담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들의 역량은 과연 놀랄 만하다. (우리들 집근처의 도서관에 있는 사서 선생님들은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한 번에 다하는데 이분들의 역량이 더 대단한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반 이상은 도서관의 운영정책에 관한 회의 장면인데 영화 내내 도서관 관계자들은 도서관의 본분 Library’s mission‘을 강조하며 그것을 근거로 문제제기 하고 합의한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은 종이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고 생각을 확장시킨다. 취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박람회를 열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시민들은 아마추어 밴드의 공연을 본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곳에서 독자들에게 무신론자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자신의 이론을 피력한다. 지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고전읽기 모임, 소장그림 활용 강의 등이 열린다. 이 모든 행사들이 지금 시민들에게 제공되어야할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분관에서는 소외계층 아이들의 교육을 어떻게 열어놓고 접근 가능하게 것인지 고민하고 어느 분관에서는 흑인 역사에 관해 잘못 표기된 책에 관해 공유하고 정정하기 위해 할 일들에 대해 회의를 한다. 전문가들의 일이기도 하고 그 도서관에 오는 시민들의 모임이기도 하다. 이런 목소리들이 (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도서관을 구성하고 지식이라는 공공재 실현하는 실체들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건국이념과도 통한다. 인권과 자유 평등이 시민들에게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통해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작동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도서관에도 그 가치는 같다.

 

도서관법

1장 총칙

1(목적)

이 법은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는 도서관의 사회적 책임과 그 역할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도서관의 육성과 서비스를 활성화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대한 자료의 효율적인 제공과 유통, 정보접근 및 이용의 격차해소, 평생교육의 증진 등 국가 및 사회의 문화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토론토 영화제에서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뜻한 적은 없지만 공교롭게도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대변하는 모든 가치의 안티테제가 되었다고 쓸쓸히 미소지었다고 한다.

 

영화가 끝날 무렵 나는 도서관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국립중앙도서관도 둘러보고 싶어졌고 작은 마을의 도서관에서 꾸미는 일들도 궁금해졌다. 책에 대해 많이 알지도 못하면서 자료실만 둘러보고 느낌을 받기보다는 행사 게시판과 열람실이 그 도서관의 색깔을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부산문화재단의 독서인문학 사업에서 알게 된 여러 작은 도서관 사서들을 만난 적이 있다. 국가정책으로 인구의 얼마이상이 있는 곳에 만들어진 작은 도서관은 각 지역에 맞게 아이들과 청소년,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치열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언제나 예산에 빠듯하게 운영되지만 도서관 운영진들의 호칭을 별명으로 부른다거나 한 달에 한번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합숙하게 한다거나 작은 도서관이지만 저자와의 만남을 위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는 그 모든 고민들이 있었다. 새삼 영화를 보니 가까이에 있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내가 관객활동가로 참여하는 모퉁이극장도 어느 관객에게는 도서관이다.

 

 

 

- 관객문화활동가. 좋아하는 것의 향을 기억하려 애쓰고 싫어하는 것 앞에서는 숨을 아끼는 소심한 향채집가. 좋아하는 향을 오래 간직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는 향을 다시 맡아보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그 향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향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도서관 냄새, 좋은 극장 냄새, 목욕탕 냄새를 좋아하며 좋은 영화를 보고 그 영화가 남긴 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