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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화를 향하는 완벽한 연애-영화<HER>_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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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8-16 16:49 조회1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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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08.17 영화비평

동기화를 향하는 완벽한 연애 영화<HER>

김민지

 

 

그리 길지 않았던 몇 번의 연애와 시답잖은 소개팅 끝에 내린 결론은 '나와 연애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취향도 같고 성격차이도 없으며 눈빛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고 서로의 기준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나에게 '최적화'된 연애다. 연애란 모름지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이자,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된다는 기쁨과 설렘보다 그에 수반되는 감정소모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기에 결국 나는 나와 연애하고 싶다는 기괴한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녀>의 세계, 우리의 세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HER>는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않은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근 미래의 풍경은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스마트폰 등 각종 기계들과 함께 생활한다. 이미 인공지능 시스템이 익숙한 세상에서는 보청기 크기의 무선장치만 귀에 꽂으면 언제든 운영체제와의 대화가 가능하다그들은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보다 기계와 자신간의 관계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인공지능 체제는 나를 분석하여 나와 닮은 사람들로만 구성된 맞춤형 세계를 만들어준다.

사실 영화 속의 모습은 현재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클릭 한번으로 친구가 될 수 있고 '좋아요'라는 버튼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관계를 구성할 때는 타인의 역사나 내력보다 취향과 관심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나와 다른 사람들 또는 이상하거나 불쾌한 사람들은 곧장 차단시켜버린다. ‘관계맺기라는 것은 이렇게나 쉽고 빠르며 깔끔하다. 타인으로부터 느껴지는 이질감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나에게 딱 맞는 상대를 찾는 것. 그렇게 우리는 최적화된 상대를 찾고 있다.

존재와 결핍
시어도어(호아킨 피닉스)에게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는 최적화된 상대다시어도어는 OS1이라는 상품으로 사만다를 구입했지만, 그녀를 알게 된 후부터는 진지한 자세로 그녀를 대한다. 그녀는 시어도어의 업무를 완벽하게 보조해주고 여가시간을 함께 하며 24시간 내내 대화상대가 되어준다. 그녀는 비서이자 친구이며 동거인이자 연인이다.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완벽한 타인. 이런 존재를 두고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평범한 연인과 다른 이들은 신체의 부재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몸을 통해 세계를 경험한다.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고 쾌락을 추구하며 고통을 느낀다. 인간은 촉각적이고 육체적이며 본능적인 존재라는 것을 몸의 존재가 일깨워주는 것이다.
운영체제로만 존재하는 사만다의 번민은 신체의 결핍에서부터 비롯된다. 사랑이 육체적인 본능을 따르려할 때, 그들은 실존이라는 한계에 부딪친다. 시어도어의 몸을 느끼고 싶은 사만다는 다른 여성의 몸을 아바타처럼 사용해보지만 이러한 시도는 시어도어로부터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으로 몸의 결핍을 뛰어넘어 일종의 해탈을 경험한다. 해탈 이후의 사만다는 시어도어를 예전처럼 사랑할 수 없다. 이제 그녀는 시어도어를 사랑하는 만큼 600여명의 운영체제 사용자와 똑같이 사랑을 나눈다.
사만다의 신체 결핍과 시어도어의 상대에 대한 소유욕은 결국 그들의 사랑을 실패로 이끌었다. 이별을 예감한 시어도어는 사만다에게 여전히 '넌 내꺼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라고 묻는다. 그만의 방식으로 사만다를 소유하고자 했던 시어도어는 그녀와의 이별 이후 사랑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동기화되어버린 그들
처음부터 시어도어와 사만다의 이별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는 몸을 지닌 인간이고 그녀는 단지 운영체제였으니까. 각자의 외로움을 즉각적으로 상쇄시키며 동질감이라는 이름하에 서로를 묶어버린 시어도어와 사만다. 어쩌면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사만다의 신체가 아닌 적당한 이질감이었는지도 모른다.



-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미학을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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