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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 넘기는 소리09] 말_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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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362회 작성일 20-11-26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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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 넘기는소리09] 

지하



  말

 

  하늘에서 말이 내려온다. 아폴론의 태양마차가 지상에 도착한다. 빛이 퍼져나가 이성이 무르익는다. 인간은 계몽된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술에 취해 춤을 추는 신이 있었다.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다. 디오니소스는 늘 혼란스럽고 충동에 붙잡혀 있다. 그런 디오니소스를 사랑한 철학자가 있었다. 니체, 그는 채찍을 맞고 있는 말을 껴안고 오열한다. 이 모든 게 당최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신은 죽었다” - 프리드리히 니체 ( 1844 ~ 1900 )

 

  헤겔은 이성의 거대한 체계를 쌓아올렸다. 헤겔과 라이벌 관계였던 쇼펜하우어. 그는 헤겔의 이성의 체계를 부정하고 세계의 밑바탕에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자기를 보존하려는 욕구가 바로 그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의지가 무한한 욕망을 낳으므로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계승한다. 의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쇼펜하우어와는 달리 니체는 의지를 긍정한다. 그것이 바로 힘에의 의지이다. 힘에의 의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주인이고자 하는 의지이다. 의지는 욕망을 낳고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지만 그러한 삶조차 긍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을 긍정하고 극복하는 것, 삶의 주인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힘에의 의지이다.

  힘에의 의지를 긍정하기 위해 니체는 망치를 꺼낸다. 그리고 서구 기독교 전통을 향해 망치를 내리친다. 어떻게 그런 대담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기독교 도덕은 오랜 시간동안 지금의 삶이 아닌 지금보다 나은 세계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오직 존재하는 것은 지금이며 내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이다. 도덕은 허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헌학을 전공했던 니체는 서구 기독교적 도덕의 계보를 따라 올라가본다. 그 끝에서 그는 노예의 도덕을 발견한다. 고대 그리스에는 선악의 구분이 없었다(기독교적 선악의 세계관은 조로아스터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신 좋음나쁨의 구분이 있었다. 좋은 것은 주인의 것이고 나쁜 것은 노예의 것이다. 주인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창조성을 가지고 있다(힘에의 의지가 발현). 그러나 노예는 주인에게 순종하고 창조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힘에의 의지를 억압). 따라서 노예는 주인을 질투하고 열등감을 가지는 원한감정ressentiment’을 가지게 된다. 노예들은 원한감정으로 인해 노예들의 도덕인 겸손·동정·근면·순종 등을 이라 추켜올리고, 주인의 도덕인 주체성·창조성·고귀함 등을 으로 끌어내렸다. 이렇게 전도되어버린 가치가 이어져온 것이 현재의 기독교 도덕이다. 그렇기에 니체는 노예의 도덕을 버리고 주인의 도덕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니체는 이렇게 기독교 전통을 몰락시켜버린다.

  니체가 망치를 든 이유는 그저 파괴를 위한 파괴가 아니다. 그는 새로운 도덕을 세우기 위해 망치를 든 것이다. 이는 생성을 위한 파괴이다. 폐허가 된 벌판 위에서 망치를 들고 새로운 도덕을 세운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망치를 든다. 그리고 그것을 깨부순다. 힘에의 의지는 끊임없이 극복하는 힘이며 자기 자신에서 머무르지 않고 추락하고 또 비약하는 것이다. 따라서 니체는 추락을 긍정한다. 추락하는 자만이 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이러한 자를 가리켜 위버멘쉬?bermensch’이라 부른다.

  니체는 영원회귀(永遠回歸)라는 사고실험을 제시한다. 만약 죽은 뒤에 사후세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만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라면? 다시 말해 또 다른 삶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이 순간만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우주에 유일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의 삶을 긍정해야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순간을 영원하면서도 유일한 것처럼 살아야 한다. 도망칠 수 없는 굴레에서는 삶에의 긍정만이 진정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태도다. 이것이 니체가 제시하는 삶의 윤리학이다. 삶 그 자체에 대한 긍정, 아모르파티amor fati!

 

  니체 읽기

 

  니체는 현대철학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철학자다. 그의 글은 논리적이기보다는 잠언에 가까우며 우화와 상징으로 가득 차있다. 어쩌면 그것은 광인의 중얼거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니체의 사상은 파편적으로 흩어져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된다. 때문에 해석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풍부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니체는 보편적이고 유일한 진리란 없다고 선언한다.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관점주의perspectivism뿐이다. 따라서 니체를 읽고 어떻게 해석하든 그것은 자체로 진리이며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니 오독을 겁내지 말고 니체를 읽어보자. 당신의 진리가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