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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다문(文)06] 편도의 청춘을 기원합니다_박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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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403회 작성일 20-09-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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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다문(文)06]

편도의 청춘을 기원합니다

박창용

 

 

환절기면 어김없이 편도염이 나를 찾는다. 일교차가 심한 날에 조금 무리했다 싶으면 목구멍 깊숙이 귀와 이어진 어느 지점이 간질간질하고 박하사탕을 슬쩍 대고 있는 것처럼 얼얼한 기운이 혀뿌리 뒤편에 계속 맴돈다. 새끼손가락으로 양쪽 귓구멍을 번갈아 꼭 막은 채 흔들어도 가려움이 쉬이 가라앉지 않으면 빠르면 내일 늦어도 사흘 뒤에 몸살이 시작될 것이라 예상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도무지 가시지 않는 귀의 가려움을 통해 편도염을 스스로 확진하는 노하우다.

 

편도염이 데리고 온 몸살은 언제나 내 몸을 박살낼 기세다. 앓는 동안 숙면을 앞둔 밤마다 다음 날 아침 걱정으로 몸서리친다. 아침이면 목이 탱탱 부어 있는데, 부은 부피만큼 통각이 확장되는지 들숨날숨에 작은 바늘이 섞인 듯 목구멍 뒤쪽이 숨 쉴 때마다 따갑다. 선봉으로 들이닥친 목 이물감, 목 통증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나면 비로소 온몸을 지배한 고통과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 수 백 개의 작은 손이 바늘을 두른 장갑을 끼고 근육 하나하나를 일일이 정성스레 쥐어짜는 것은 아닌가 착각이 든다. 아프느라 바빠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나 편도염은 강렬하고 단단한 고통을 선사함으로써 내 신경을, 전신을 통감케 한다. 내가 이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는 몸뚱아리로 살아내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게다가 목이 부어 음식이 목구멍을 지나면 몹시 고통스러우니 뭔가를 씹어 삼키는 매 순간에 절절하게 기도한다. 그러다보니 이 시기만큼은 술에 찌든 삶을 반성하고 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생활을 한다. 고행이라면 고행이다.

 

편도염은 젊은 사람이나앓는 병이다. 나이가 들면 편도염을 잘 겪지 않는단다. 나는 이 사실을 내가 아직 젊어서 몸에 기운이 넘치는 만큼 편도염을 지독하게 앓는 것이라 여긴다. 그리하여 편도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지만, 오히려 그 고통으로 몸과 삶을 되짚게 되니, 아프면 아픈 대로 버티다 보내고 만다. 편도염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편도 제거를 조금도 고려치 않는 이유다. , 올 가을 편도염은 여느 때와 달리 뭉근하고 고약하게 나를 괴롭혔다. 이를테면 늙은 편도염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늙은 편도라니, 늙은 편도염이라니. , 늙기 시작한 걸까. 편도염이 늙고 늙어 나를 찾을 기운이 사라진다면 다른 고통을 찾아야하는 걸까. 편도의 영원한 청춘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