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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살기05] 얼굴_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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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8-27 16:48 조회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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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살기05]

얼굴

이기록

 

 

현재를 살아간다는 일은 너무 힘겨운 일이지만 요즘은 더욱 힘이 많이 든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질병에 조심하면서 살아가지만 다시 증가하고 있는 확진자 수에 언제 다시 일상이 일상다워질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른 어떤 때보다 일상의 소중함이 더욱 간절한 시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삶을 등한시한 채 살 수 없기에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살아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삶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 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범죄 프로에나 나올 표정을 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범죄자가 된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얼굴, 민낯을 마주한다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는 시기. 우리에게 얼굴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얼굴은 자신을 드러내는 시각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한동안 수업을 이어나갔지만 마스크를 쓰면서 아이들의 본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얼굴을 대하지 못하니 학생들의 얼굴이 이름과 연결되어 이미지화되지 않았다. 어쩌다 학생들이 잠시 마스크를 벗었을 때 드러나는 얼굴은 이름과 연결시키기에 낯설었고, 가끔 학생들의 민낯을 보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당황한 적도 있다. 어쩌면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능력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사진에서 보듯 얼굴을 대하는 게 아니니 가끔 당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정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얼마나 더 익숙해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는 빈도가 확 줄었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를 정의하는데 사회적 관계의 형성이 중요한 요소겠지만 이 시기만큼 그런 사실을 깨닫는 시간은 없었던 듯하다.

다시금 사람의 얼굴을 대한다는 게, 그 민낯을 대하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서 그 표정을 읽는다는 게 소통의 기본이란 것을 그리고 그 진심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아직은 적어도 가정에서는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처럼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다른 모습들, 관심두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시간인 것 같다. 뒤돌아보거나 물러서서 바라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이든 환경이든 주변의 다른 것이든.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가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쓴 것처럼 살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에게 진심이 있는 민낯을 다시 볼 기회가 빨리 와서 진실한 일상을 다시 마주하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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