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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살기04] 언어는 힘이 세다_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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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484회 작성일 20-08-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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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살기04]

언어는 힘이 세다 

이기록

 

 

언어는 생겨나는 순간부터 권력을 가진 존재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지만, 언어가 계속 생겨나는 것은 더 많은 권력을 만들고 더 많은 차별을 만들기 위함이다. 문명이 생기고 역사가 생기고 법이 생기고. 처음에 법은 몇 가지만 있었다. 그러나 지배자가 생기고 피지배자가 나누어짐으로 언어는 새로운 욕망을 찾기 위해 태어났다. 권력에 합당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들이 태어났다. 문학은 욕망의 결정이다.

그러나 욕망을 합리화하기 위해 다시 새로운 언어를 이야기한다. 시를 이야기한다. 그대로 멈춰 설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 한 번도 문명이, 역사가 멈춰선 적은 없다. 그러나 발전이란 없다. 발전이라 것이 항상 긍정적이란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를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합리화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인간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주의 시간에 태어나서 우주의 존재로 살아가야 할 존재이다. 우주적 존재가 인간적 존재로 스스로를 한정하며 만들어낸 것이 언어다.

언어는 살아있는 존재다. 언어는 그래서 힘이 세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세포분열하고 분열하여 새로운 씨앗을 뿌려놓는다. 이 씨앗들은 대단한 생존능력을 부모에게 물려받았다. 물려받은 것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그의 능력이다. 능력은 실패한 적 없다.

언어는 진실한 것인가? 그는 거짓의 존재이다. 그는 파편적이다. 그래서 한쪽이 실패해도 한쪽은 살아남는다. 누군가는 그의 진실함을 숭배하기는 하지만 숭배의 대상이 된 그는 그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사랑은 쓰는 자가 살아남기 위한 위안이다. 쓰는 자는 거기에 빌붙어 자신의 가식을 늘려간다. 그래서 언어는 승리하지만 시인은 실패한다.

시인은 언어를 버려야 한다.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는 시점에서 언어는 사라져야 한다. 언어가 사라지고 시인도 사라져야 한다. 권위는 사라져야 한다. 욕망은 사라져야 한다. 살아남기 위하여 세계를 바꾸기 위해 모든 것은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우리는 침묵만을 말해야 한다. 우리는 침묵 안에서 살아야 한다. 무릅쓸 용기를 가지고 침묵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을 바라봐야 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으로 타인을 바라봐야 한다. 다른 잣대로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간은 언어를 왜곡하고 인간을 왜곡한다. 왜곡의 계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많은 언어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말하지 않더라도 수없이 많은 문자들이 공기를 따라 흐르고 있다. 원소들에 찰싹 달라붙어 수없이 긴 곳을 손쉽게 이동하고 있다. 너무 많은 언어가 부유한다.

부유하는 언어를 붙잡고 늘어선 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언어를 버리는 일. 시작도 끝도 없는 길 위에서 잃어버린 언어에 빗금을 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