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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영화의 관객들03] 영화제와 커뮤니티_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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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23 09:44 조회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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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영화의 관객들03]

영화제와 커뮤니티

변혜경

 

 

관객문화교실 현장수업으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이하 비키’)를 다녀왔다. 매년 국제영화제의 시작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였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8월로 연기되면서 비키가 국제영화제 첫 문을 열었다. 올해는 중구와 북구에서도 열려서 인근에 사는 분들이 편하게 나들이하며 영화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BNK부산은행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었으나 띄어앉기를 하는 경우, 좌석수가 적어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진행되었다.

 

상영 마지막 날이던 모처럼 화창했던 토요일 오후, 약속시간이 가까워오자 삼삼오오 발걸음이 이어졌고 서른 명 남짓한 분들이 모였다. 현장수업 팀 외에도 주말이라 가족 단위 관객들도 있었는데 상영 전 설렘에 북적이는 소리들은 오랜만에 극장에 왔다는 실감이 들게 했다.

 

함께 본 영화는 콩고에서 온 미등록이주민 가족과 그들의 이웃 이야기를 다룬 <빈티와 오카피 클럽>이었다. 스크린을 활보하는 생기가득한 주인공 빈티와의 만남만으로도 하루의 고뇌와 스트레스가 사라질 것이라 강추하며 안내했다. 관람 후 인근 카페에서 차를 나누며 영화제 비키에 대한 소개와 함께 도란도란 참여소감을 나누었다.

 

몇몇 소감들을 소개하자면, “강렬한 색채와 다채로운 의상이 마음을 흔들었고(하은숙 님 지인), 캐릭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김나영 님). 할리우드 아닌 곳에서 만든 참신한 어린이 슈퍼히어로물이다(양효영 님). 마블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지만 처음 찾은 비키에서 새롭게 접한 영화로 힐링했다(정준명 님 지인). 빈티의 가족들이 쫓겨나야하는 이유를 통해 이민자의 힘든 삶을 들여다본 느낌이다(고희정 님). 어린이의 시점에서 본 어른의 사랑에 주목해 보았고(정준명 님), 어른들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함수진 님)였다. 타인이 가지는 선택권(권성경 님)과 멸종위기동물 오카피와 빈티 가족이 등치되면서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을 생각했다(하은숙 님).” 등 영화가 주는 감흥은 물론 현실에서 영화가 던지는 생각거리들을 터놓고 얘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감상들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이청소년영화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선입견 같은 것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매년 가고 싶은 영화제가 되었다.”라거나 영화제 상영관이었던 영화체험박물관도 중구에 살면서도 처음 오게 되었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는지 몰랐다. 친구와 가족들과 재방문하려고 한다.”고 전해주신 말씀들이었다. 심지어 참여한 대부분이 그러한 의견을 주신 것이다. 가까이 있지만 몰라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접하지 못하는 것들이 여전히 많다는 걸 체감했다.

 

어찌 보면 영화제가 여러 지역에 동시에 개최된 덕분에 한 주가 풍요로워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까. 수천, 수만 명이 몰리는 영화제, 화려한 게스트들이 이목을 집중시키는 영화제도 좋지만 이렇게 동네에서 커뮤니티라고 할 만한 소규모 인원들이 모여 일상을 가치로 채워가는 축제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영화제인 비키가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하는 방식이 반갑다. 이러한 방식이 확장된다면 관객영화제, 씨네엔두루, 애프터시네마클럽 등 모퉁이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영화제들과 이슈별로 지역의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만드는 작은 영화제들이 국제영화제와 그 역할에 있어서 점점 더 유사해지지 않을까 한다.

 

이건 코로나가 기이한 방식으로 일깨워준 사실이기도 하다. 이제 언택트(untact)’를 넘어 로컬택트(localtact)’가 뜬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생활 반경 안에서 놓친 것들을 들여다보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며 향유의 질, 삶의 복지를 지키고 가꾸어가는 것, 모퉁이극장에서 지향하는 커뮤니티시네마운동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우리를 규정하려는 일련의 상황과 조건들이, 문화가 이벤트나 사건이 아닌 생활양식으로 내려앉히는 동력이 되도록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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