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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영화의 관객들01] 코로나 시대와 극장, 그리고 관객들_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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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6-11 12:29 조회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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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영화의 관객들01] 

코로나 시대와 극장, 그리고 관객들

 변혜경

 

 

코로나 여파로 어떻게 하다 보니 벌써 2020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설마설마 노심초사하며 지냈던 지난한 시간들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코로나 세계대유행의 영향권 안에서 재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뉴욕매거진의 표지에 대공황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올라오기도 전에, 팟캐스트의 한 진행자가 지금이 마치 언제 끝날지 몰라 암울했던 2차 세계대전 와중에 라디오 방송에 귀기울이던 시절과 같다고 말하기도 전에, 우리는 이 초유의 사태가 우리에게 가하는 무게를 언제부터인가 이미 실감하게 된 것 같다.

 

코로나 시대는 생존의 위기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화적 변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판데믹등 새로운 어휘들은 일상어가 되었고, 마스크 착용, 비접촉 비대면 문화, 온라인 플랫폼, 재난정보 시스템, 방역문화를 일상의 문화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영화문화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까지만 해도 심심치 않게 접했던 천만관객 영화가 이제 가능할 수 있을까.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극장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관객의 발길이 끊어지자 4월 개봉 예정이던 제임스 본드 007 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는 일찌감치 11월로 상영이 연기되고, <배트맨><스파이더맨>, 제작 예정이던 실사버전 <인어공주>는 제작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메이저 영화사들 중에서도 파산 위기에 몰린 회사가 생겨날 정도다.

 

국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극장들의 경우 작년 이즈음 월 1,800만 명을 웃돌던 관객 수는 코로나 19사태로 월 100만 명 선으로 급감했다. 국내 스크린 수가 3,200개이니 하루에 4회차를 상영한다고 치면 한 관에 한 회당 한달 내내 2-3명의 관객만이 찾았다는 얘기다. 독립예술영화만의 관객수도 아니고 5월 한 달 모든 영화에 적용되는 통계치다. 영국의 대배우 알렉 기네스가 감기에 걸리면 대부분은 병원에 가지만 어떤 이들은 극장에 간다.”라고 했던 유쾌한 유머가 코로나 시대에는 그리 쉬이 먹혀들 것 같지 않다.

 

자가격리와 자택근무가 장려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온라인을 통한 영화소비는 절대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극장들은 운영위기에 놓이게 되었고 영세한 지역의 작은 극장들, 독립예술영화상영관들은 지원이 없으면 존립조차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영화관, 극장이라는 존재 자체가 소멸해 버리는 건 아닐까 라는 염려까지 든다.

 

사실 코로나 확산 이전에도 비영화관영화문화는 풍성했다.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IPTV 등 짱짱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손쉽게 즐길 수 있었고 이는 극장 문화와 공존하며 체계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코로나 여파로 재정난에 처한 영국의 어느 인디극장 운영자가 텔레비전이 나올 때도 라디오는 없어지지 않고 존재했다. 우리는 대공황, 스페인독감, 세계대전도 모두 이겨냈다. 코로나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낙관적 의지를 표명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맞게 좌석을 개조하고 안전에 최적화된 첨단 시설로 극장을 바꾸면 개선의 여지가 있으리라는 희망인 것이다. 자본이 뒷받침 될 때의 이야기다.

 

SNS에서 최근에 개최된 몇 개의 영화제 개막식과 몇 번의 상영회 현장을 보았다. 전후좌우를 띄워 듬성듬성한 좌석, 온라인 토크 등의 형식들이 우리가 알고 느끼던 영화제나 극장 체험과는 다르다는 직관적 느낌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설리반의 여행>(1942)<쇼생크 탈출>(1995)의 명장면들을 이제 다시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일지 모른다는 예감 같은 것이다. 10년 전 <인셉션>을 극장에서 볼 때 좌석을 꽉 채운 관객들이 다함께 지르는 함성과 동시다발적 탄성이 주는 이상한 효과들, 그것들이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던 체험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후에 노트북과 TV로 본 인셉션은 그때의 인셉션이 아니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극장이란 과연 뭘까라는 질문하게 된다. 극장에 왜 가는가. 극장에 가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면 왜 굳이 극장을 가(야하)는가.

 

극장이라는 장소는 단순히 물리적 실체만은 아닐 것이다. 일찍이 하이데거가 장소를 인간실존이 외부와 맺는 유대를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의 자유와 실재성의 깊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인간을 위치시킨다.”라고 했듯이 장소경험은 각자의 정황에 따라 인식적·실용적·심미적·실존적 체험의 축적을 통해 장소와 연결되고 장소와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도록 한다. 그렇다면 극장을 단순히 편리하고 안전한 시설을 이용하여 영화를 보는 장소로 한정시킬 수 없다. 극장을 간다는 건 함께 하는 이들과 어떤 특별한 체험들을 공유한 시간성과, 장소가 주는, 혹은 장소에서 비롯된 다양한 층위의 문화적 경험들이 나를 관통하면서 산란하는 무수한 효과들에 희망을 건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영화를 볼 때 얻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꿈일 것이다.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도 자본은 발빠르게 생존의 출구를 찾아 살아남을 것이고, 자본이 없는 극장과 영화들은 존립 자체가 심각하게 흔들릴 것이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조차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어떤 극장, 어떤 영화. 관객으로서 우리가 극장과 영화를 어떻게 지키고 살려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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