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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이가 자랄 곳에는_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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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509회 작성일 19-09-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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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이가 자랄 곳에는

 이기록

 

아이는 7살이다. 아직 어려서인지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예전에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지금은 생물학자, 곤충학자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그래서 밖에 나갈 때마다 몇몇 곤충들을 집에 들여와 집에 있는 고양이와 함께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는 곤충과 관련된 책읽기도 좋아하고 가끔 곤충박물관에 가서 구경하는 것도 즐긴다. 이렇게 아이가 잘 자라서 생물학자든 곤충학자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무사히 10대를 지내고 20살이 되고 30살이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까?

학원에서 아이들을 오래 가르치면서 많은 아이들을 봐 왔다. 3을 마치고 어떤 아이들은 가고 싶은 대학에 가고 어떤 아이들은 성적에 맞춰 그럭저럭 대학에 간다. 그런데 아이들 중에서 진짜 자기가 좋아하거나 가고 싶은 학과를 선택해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본 경우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몇몇 아이들은 성적이 되지 않아서 가지 못하고, 또 몇몇 아이들은 아직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지 못한다. 그래서 가지 못한다는 말이 틀린 말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중 많은 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게 사실이다.

요즘 한창 금수저 전형이라고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전형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단지 학부모의 금전력과 정보력에 의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불평등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 전형 자체가 만들어질 때부터 불평등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이 전형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이 전형은 아이들에게 꿈을 강요한다. 이 전형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꿈을 세우고 그것에 맞춰 플랜을 짜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움직여야 한다. 당연히 그렇지 않아도 되지만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이 플랜은 쉽게 깨지기 어렵다. 그렇게 정보를 모르거나 준비하지 않은 학생들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차별을 받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성적 좋은 학생들이 의대를 선택하듯 이런 현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이 전형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부터 빨리 꿈을 만들고 직업을 정해서 대학에 가는 과정까지 미리미리 준비한 아이가 들어가기 좋은 전형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정보와 금전적인 환경이 더해지면 쉽게 대학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아이들의 결정권들은 사라지고 없다. 한 살씩 자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다가도 조금씩 구체적으로 미래의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항상 우리나라의 교육은 많은 모순과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주 오랜 세월 우리는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교육을 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이권다툼의 공간으로 만들다보니 아직도 교육이 제 자리에 선 적이 없다. 현재도 각종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몇몇 정치인에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수없이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학종이 생기면서부터 지금까지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세상에 완벽한 제도라는 것이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라는 것이 불만을 누적시키고 불평등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면 수정해야 할 필요도 있을 듯 싶다. 임시방편적인 해결책 말고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고민하고 나누어서 더욱 체계적이고 학생 중심적인 교육으로 바뀌어야 대한민국에서 불행하지 않은 학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곤충학자가 되고 싶은 나의 아이가 곤충들을 찾아다니며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중에 자신의 꿈이 바뀌어도 바뀐 하고 싶은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 나갈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