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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두 칸_이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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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5-25 17:24 조회1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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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05.25

옥탑방 두 칸

이세윤

 

 

초여름, 아직은 밤에 집구석이 쌀쌀하다. 한때 40계단 언저리 옥탑방에 월세 15만원을 재운과 나눠 내며 방 한 칸씩을 차지하고 살았는데, 그 방은 아마 이곳보다 더 싸늘하겠지? 싸늘한 방이 춥다는 생각, 통장 잔고가 없다는 생각, 다음 월세 내는 날짜에 대한 생각, 부모의 비난에 대한 생각너무 많은 생각들을 살짝 비껴나기 위해 자주 가부좌로 앉아 있었고 몸이 조금 진정이 되면 작업을 하기도 했다. 책상에 앉으면 발이 시리고 손이 시려서 다시금 전기장판이 깔린 바닥으로 가 가부좌로 앉아 마음을 내려놓으려 했다. 그 시절, 재운은 내가 가진 고민의 양에 플러스해서 고민이 여럿 더 얹혀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내면에 너무 복잡하게 꼬인 감정과 고생의 경험들, 피부로 느끼는 추위 같은 것들이 나를 꽁꽁 묶어두었던 것 같고 그 역시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요즘 시대의 삼십대 초반 중에 그와 같은 혹독하고 불안한 위치에서도 극단적으로 퇴폐적인(피시방을 전전한다거나) 모습으로 굳어지지 않고 꽤 사회적인 모습으로 제 자신을 지켜온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월등히 고생스러웠는데 우리 안에도 약간의 더 나쁘고 더 좋은 서로 다른 지점이 있어 말을 아끼기도 했다.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세상으로부터 외따로 오롯이 혼자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는데 그때 재운은 여러 번 찾아와 주었다. 나는 그와 같은 결핍을 재운에게서 발견하고 도움을 건네지 못한 것이 큰 잘못이다. 잘못을 넘고 넘어 그래도 한잔씩을 기울이며 마음이 닿았던 지점이 있었던 장면들이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의 결혼은 생각보다 빨리 왔고, 못다 한 뭔가가 아직 많은 것만 같은 기분이 중앙동 자취방과 함께 떠오른다.

 

지금은 지금 나름의 또 막막한 고생과 허무감이 하루하루 야구의 이닝처럼 기다리지만, 그래도 그때의 우리를 불러내 위로할 단상이 필요하겠다 느낀다. 그때 나의 마음들을 기억하면, 그의 정황들을 복기하면 눈물과 먹먹함이 솟아난다. 우리는 그 옥탑방에서 공식적으로 시기를 달리하여 빠져나왔지만 당시의 상흔이 이따금씩 심장을 떨게 하곤 한다. 그 두 청년은 아직도 그 집에 있는 것 같다. 때때로 그들을 생각하고 격려하고 싶다. 바쁘고 공허한 지금, 그러나 옛날을 생각할 수 있어 신비롭고 또 기적적이다. 열과 상흔을 가진 심장이 뛴다. 아쉽고 미안하며 아프고 그립다.

 

 

 

- <함께가는예술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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