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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축제에 관한 짧은 생각_이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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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2,185회 작성일 18-11-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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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8.11.23 에세이

예술 축제에 관한 짧은 생각

이인우(사진 노동자)

 

 

201810, 타이베이에서 따다오청 국제예술제를 관람했다. 이 축제는 거의 한 달 동안 진행되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가장행렬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가장 행렬의 주제는 1920년대. 다른 부수적인 것은 없었다. 행렬은 도심을 지나 따다오청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마무리되었다. 따다오청은 서양 문물이 들어오던 시기의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 막상 행렬을 맞으니, 일반 시민들이 의상을 갖춰 입고 웃으며 들어오는 게 아닌가. 혹시나 배우들 아닌가 싶어 물어보니, 모두들 그냥 시민이라고 한다. , 그렇구나. 주민들이 직접, 주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축제. 우리의 축제는 이런 걸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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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2018. 10. 따다오청 예술제

 

최근 2년 동안 부산은 거리 예술로 가득했다. 이러한 예술 행위가 자발적이었기보다는 부산문화재단의 거리 예술 지원 정책에 의한 영향이었다. 물론 그게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예술 지원 정책이 그러하니 거리 예술에 관심이 있는 예술가들이 그런 노력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거리 예술제의 역사가 짧다보니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거리 예술이 지속되기 위해선 적어도 최근의 방식에 만족하지 않아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준비되었던 기존 거리 예술 축제들을 보면 거리 예술이 행해지는 그 거리의 역사성이나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배제된 채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거리에 훌륭한 예술가들의 좋은 공연은 넘쳐났을지 몰라도, 거리 축제에서 꼭 필요한 부분을 채우지 못하고 진행되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경쟁과 시상으로 이어지는 축제도 지양되어야 한다. 경쟁과 시상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상위 단계 출전권이나 국제 행사 대표를 뽑는 과정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행사를 Competition이라고 하지, Carnival이나 Festival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누군가의 심사로 점수를 매기고 상을 주는 축제보다는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하는 그런 축제가 더 즐겁지 않을까?

축제를 만드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69Woodstock을 꿈꾼다. 하지만 이후 어느 누구도 69Woodstock 같은 축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물며 경쟁과 시상이 있는 행사로 어찌 그런 꿈을 꿀 수 있겠는가. 다시 바뀌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