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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는 그림판3>한가위 밥상머리 그림판_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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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968회 작성일 18-09-2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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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8.09.27 함께가는 그림판

한가위 밥상머리 그림판

신용철

 

 

유교적 봉건제는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로 나라를 지탱한다. ()과 효()는 한 몸이다. 임금에게 하듯이 부모에 하라고 한다. 나라의 틀을 줄인 것이 가족이고 가족을 키우면 나라이다. 가족주의적 국가관을 떠받치기 위해 삼강오륜의 덕목을 써먹는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라구.' 이런 개 풀 뜯는 소리를 우린 얼마 전까지도 학교에서 사회에서 집에서 들어 왔다.

 

전철을 탔는데 어떤 할배가 여중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고 고함을 친다. "우리집에 니 같은 손녀가 있다구...어쩌구 저쩌구". 저거집 손녀가 있든 말든 그 여학생은 시민이다. 어따 대고 저거집 손녀 타령인가. 여학생이 제 스스로 양보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우리 시대는 봉건과 근대가 함께 살고 있다. 봉건의 마음을 갖춘 이들이 거죽만 근대인 척하는 거리를 활개치고 있다. 우리의 근대는 절름발이고 복화술이고 가면일 뿐이다. 누구나 제 스스로 근대인이 되지 않는데 우리 사회를 근대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아들 같아서 부려 먹고, 딸 같아서 더듬고, 가족 같아서 함부로 해도 된다는 말엔 일그러진 가족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가족은 유리 같은 것이다. 깨어지기 쉽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서로 존중했으면 한다. 가족이기에 앞서 그들은 다 같은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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