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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과잉 속, 불편한 당위성_이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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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2,415회 작성일 18-08-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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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80831 칼럼

정보의 과잉 속, 불편한 당위성

이인우(사진 노동자)

 

 

어떤 대중 매체보다 SNS가 효과에서나, 접근성에서나, 더 위력적인 매체가 된 세상에 살고 있다. 그 속에서는 수많은 정보가 주변에 떠돌고 있고, 심지어 가짜 뉴스라는 허보까지 즐비하다.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정보 과잉 시대라고 할 만하다.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정보보다는 그렇지 않은 정보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원하지 않는 광고로부터의 노출이다. 사람들마다 관심사는 다르건만, 별의별 광고를 개인 SNS를 통해 접하게 되고, 심지어 광고가 안 뜨게 설정하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한다.

여기서 느끼게 되는 불편함은 자본주의라는 사회 구조 속에서 생기는 것이라 생각하면, 그래도 소위 그려려니하면서 넘어가게 된다. 다만 운영업체에 대한 욕은 꼭 한 번쯤하고 지나가지만.

 

그런데 그 속내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불편함을 느끼는 정보들도 있다. 흔히 말하는 운동, 내지는 캠페인 관련 홍보 정보들로 인해 솔직히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 내용의 현실적 필요성, 당면 과제 여부, 궁극적 지향에 대한 공감 등등과는 상관없이, 정보 생산자의 의도와는 다른 정보 전달자의 의도가 그걸 유발하기도 한다.

우선 느끼는 것이 반복으로 인한 불편함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페이지나 그룹 등에 동일 내용의 홍보물이 계속 포스팅될 때, 그 불편함이 발생한다. 내용에 대해 공감하고, 참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소중한 안내물이라 하더라도, 반복이 거듭될 때는 그리 반갑지 않다. - 사람들은 짧은 시간 안에 더 다양한 정보를 원한다.

정보전달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곳에 포스팅하여 참여를 유발하고자 한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의도와 그 행위는 그리 상관관계를 맺지 못할 때가 많다. 비슷한 페이지나 비슷한 그룹에 가입한 사람들 역시 다양하지 않고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사람에게 여러 번 정보를 노출하는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반복을 통한 정보 과잉은 이해의 범위가 넓어서 솔직히 그렇게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운동의 당위성으로 인한 무분별한 과잉은 솔직히 조금은 불쾌하기까지도 한다.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갖는 당위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당위성 때문에 그 정보가 어느 공간에든 있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당위성 때문에 그 공간 운영자, 또는 담당자도 그냥 바라만 본다. 불편함은 그냥 모두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예를 들어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에 만들어놓은 특정 그룹 방이 있다고 하자. - 물론 여기서 사적 모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 그리고 그 방엔 특정 사안에 대한 논의를 한다든가, 정보를 공유한다고 하자. 그 공간에 가입했을 땐, 그 관련 정보만으로도 정보량이 적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그 공간이 어느 정도 활성화 되면, 그때부터 그 공간은 온갖 운동 단체들의 홍보의 장 역할까지 하게 된다. 심지어는 그곳에 가입하지 않은, 모르는 사람의 부고 소식까지 그곳에서 봐야 한다. 그 동안 그 방에서 꼭 보고 참여해야 할 일정을 놓쳐가면서까지 말이다.

탈핵 관련 방에는 탈핵 관련만, 노동 운동 관련 방에는 노동 운동만, 뭐 이런 식으로 하기가 그렇게 어렵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로 지방의 경우,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다보니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란 말로 웃고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운동의 당위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이 운동은 정말 중요하니까’, ‘이 운동은 많은 사람이 꼭 참여해야 하니까’, ‘이 운동은 이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동참할 것이니까라는 생각이 있으니 새롭게 만들어 놓은 공간에 대해서도 그냥 또 하나의 홍보 공간이 생겼구나,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공간이 다양한 운동 홍보의 장이 되는 걸 바라는 건 아니다. 그 공간만의 정체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매체를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공간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매체의 특성으로 좀 더 빨리 현장의 위급함을 알려나갔고, 공권력 및 인권 가해자들의 모습을 빨리 알려나갔다. 그런데 막상 그 공간을 지켜나가고, 발전해나가야 할 사람들이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면 되겠는가.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다 더 많은 사람을 놓칠 수 있음을 왜 모르는가. 정말 중요한 당위성이 정보 과잉의 홍수에 빠져버린다면, 그건 누구 탓을 할 것인가. 필요한 사람에게 보다 정확하게, 보다 적절한 시기에 정보를 노출시키는 것. 지금의 운동 단체 홍보 담당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