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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건강 걱정이 설득의 논리가 되는 사회(?)_이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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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7-20 09:39 조회7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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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8.07.20 칼럼

타인의 건강 걱정이 설득의 논리가 되는 사회(?)

이인우(사진 노동자)

 

 

, 네 건강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참 흔하게들 듣는 말이다. 가까운 지인들이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주니 어찌 좋은 말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말이 상대를 위한 게 아니라 화자 자신을 위한 말이 된다 해도 그 고마움이 변함없을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얼마 전 TV에서 한 여배우의 다이어트가 사람들의 이슈가 되었다. 짧은 기간에 38kg이나 뺐으니 주목을 받을 만도 하다. 그러고 보면 이런 레퍼토리는 참 오랫동안 TV 아침 프로그램에 나왔던 것 같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대단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 대화 중에 항상 건강을 위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규격 밖 육체의 미가 규격 안 육체의 미로 들어온 것에 대한 찬양의 시선은 변함없다.

건강은 그런 그들의 시선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된다. 물론 비만이 건강에 적잖은 위험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뚱뚱해도 건강한 사람, 뚱뚱해도 아름다운 사람에 대해 너무도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선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하는 곳이 대중매체다.

외국 방송을 보면, 뉴스를 비롯한 여러 방송 진행자들의 모습이 참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뚱뚱한 사람, 그렇게 잘생겼다고 보기 힘든 사람,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 등등. 하지만 우리 방송은 그렇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규격 안의 미에서 벗어나지 않은 외모, 몸매를 유지한 사람만이 그 자리에 등장한다. 우리 나라 방송국 여성 아나운서들과 외국 방송 여성 아나운서들은 그렇게 확실히 다른 기준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건강이 미적 시선을 합리화 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논리가 되는 상황이 있다. 바로 금연의 논리다. 국가가 금연을 종용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심지어 알지 못하는 개인에게서까지도 당신의 건강을 위해금연을 강요받고 있다.

흡연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흡연자 자체를 문화적 미개인 취급하는 경향이 지금 우리 사회에는 없잖아 있다. ‘아직도 담배 피는 사람이 있나.’, ‘오래 살기 싫냐.’, 등등의 말 속에서 비 흡연자들은 흡연자를 경멸하듯 바라본다. 그리고는 말한다. ‘, 네 건강 생각해서 하는말이라고.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흡연 공간을 줄여 나가고, 금연 공간만 늘어나는 것을 무슨 대단한 질서 고양 사회이자, 질서 고양 문화인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사회가(또는 국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일 하는 것처럼 다뤄진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국가나 사회는 그 따위 생색에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 아니다. 왜냐하면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기호와 취향에 대해 어떠한 강요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간을 통한 통제는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도심의 흡연자들이 건물에서 나와 골목 구석에 모여 떼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국민의 건강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의료 민영화를 막고 공적 의료에 더 신경 쓰면 충분할 일이다. 개인의 선택까지 건강이란 미명 아래 간섭하고 통제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담배가 몸에 안 좋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흡연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가 굳이 내 건강까지 고려해서 내 취향을 바꾸려고 노력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만, ‘건강이 다른 무엇인가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적 수단이 되는 사회는 지양해야 한다. 정말 건강한 사회는 원전이 없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고, 의료 사고가 없어 병원을 믿을 수 있는 사회고, 스트레스로 아이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사라지는 사회다.

서로의 자유가 서로의 자유를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그 자유는 무한의 자유를 갖는다. 삶은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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