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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改名_임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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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2,018회 작성일 17-05-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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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05.18

개명改名

임기현

 

 

외로워서 이름을 지어주었다

비로소 슬픔이 시작 되었다

 

외로움을 손가락이라고

손가락을 외로움이라고 불렀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서

모르는 것들을 모두 사람이라 부르기로 했다

 

외로움을 곱게 펴서 악수를 하고

서로의 외로움을 움켜쥐고

만남이었다

 

외로움을 여러갈래로 펼쳐 사이사이에 끼고

깍지를 만들어 걸었다

참 알 것 같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사람이어서 점점 유치해졌다

인형에 자식 같은 이름을 짓고 쓰다듬기도 하였다

잘 붙어있는 손가락이 위로를 받았다

유치한줄 모르고 유치해졌다

 

의미를

이름을 남발하였다

날짜에 이름을 짓고

날씨에 이름을 짓고

어떤 날은 서로의 이름 위에 이름을 짓기도 했다

어떤 인형의 이름은 사람 같아서 유치하지 않았다

 

집 하나가 완성되어 갈 때

삶에 구석이란 게 보이지 않을 때

서로의 외로움으로 가위바위보를 했다

누군가의 외로움이 어딘가를 가리키면

우린 거기를 향해 걸었는데

이젠 그게 즐겁지 않았다

더는 지을 이름과 집이 없었다

주변에 이름들이 가득했다

 

손을 흔든다

외로움을 쫙 펴고

잘 보인다 서로서로

돌아오는 길에

멀쩡한 손가락이 미워서 손을 꽉 쥐어보기도 했다

 

방에 모르는 것이 하나 늘었다 사람이었다

알 것 같은 이름이

기억나는 이름이

이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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